권순택 논설위원
서울시교육청 입구의 나무마다 노란 리본이 매달렸다. 노란 리본은 전쟁터에 나간 가족이나 인질 또는 죄인의 무사귀환을 비는 상징물이다. 후보 매수 혐의로 구속된 곽노현 교육감 지지자들이 그의 귀환을 기원하며 리본을 매단 것이다.
곽 교육감 지지자들이 단순히 그의 귀환을 빌며 리본을 달았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시교육청 담벼락에 붙여놓았던 노란 벽보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곽노현-위 사람을 선행교육감으로 칭찬함’ ‘당신의 선의와 정직을 믿습니다!!!’ ‘선의가 범죄로 곡해되는 것에 전 인격을 거신 곽노현 믿습니다’. 여기까지는 “선의로 2억 원을 줬다”는 곽 교육감의 뻔뻔한 궤변을 순진하게 믿고 쓴 걸로 치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검찰이기를 포기한 대한민국 검찰들이 나는 부끄럽습니다’ ‘선의라 쓰면 범죄라 읽는 검찰’이란 벽보에서는 비리 교육감 지지자들의 반(反)법치 의식이 드러난다. ‘어린이들의 꿈! 청소년들의 희망 곽노현 교육감님!’이라는 벽보 앞에선 할 말을 잃었다. 곽 교육감이 기소된 뒤에는 ‘몸은 가두어도 진실은 묶지 못 한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곽노현을 지지하는 진보좌파 세력의 반법치 행태와 법에 대한 이중잣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비리 수사를 일단 ‘정치적 표적수사’라며 정치화하는 건 기본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지지자들을 법정에 끌어들여 소란을 피우고 법정투쟁을 벌인다. 유죄가 확정돼도 정권이 바뀌면 민주화 인사로 인정돼 보상까지 받게 될지 누가 아는가. 과거사를 온통 뒤집어놓은 좌파정권 시절의 추억이 있지 않은가.
대표적인 곽노현 지지 단체인 전교조는 1989년 법치를 부정하고 불법 단체로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10년 뒤 김대중 정부 때 합법화됐지만 법을 우습게 아는 건 여전하다. 전교조는 지난해 정부가 민노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한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처벌하자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민주 진보 세력에 본보기를 보여 비판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미”라며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법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반법치의 전형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법대로’를 외치며 수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자신들의 위법을 처벌하면 ‘정치탄압’이고 남의 위법은 ‘법대로 하자’는 건 법치를 부정하는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범좌파 세력은 2004년 5월 노무현 탄핵안을 기각한 헌법재판소를 “헌법질서가 수호되고 있음을 입증했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나 5개월 뒤 헌재가 수도 이전 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지난해 12월 국회의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유효’하다고 결정했을 때에는 “정치적 판결”이라고 헌재를 공격했다.
비리 인사가 ‘내편’이라는 이유로 비호하는 건 ‘조폭의 의리’에 불과하다.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총리 재판에 과거 정권 실세들이 몰려다니는 것도 법치를 무시하는 꼴불견이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