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요리 본고장 파리서 사찰음식 홍보… 평론가 르베 씨 “세계화 가능성에 주목”내년엔 백화점 시연회-상설 식당 추진
28일 파리의 한국문화원에서 사찰음식 전문가인 대안 스님(가운데)이 사찰음식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파리=김갑식 기자dunanworld@donga.com
“사찰음식의 독창성은 음식을 만드는 기교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마음에 있습니다.”(대안 스님·51)
28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대한불교 조계종의 ‘한국 불교 문화체험’ 리셉션.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 음식평론가 르베 씨와 사찰음식 전문가 대안 스님은 한국 사찰음식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나눴다. 두 사람은 스님의 요리 시연 뒤 가진 간담회에서 “음식문화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사찰음식이 통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연회는 좁은 공간 때문에 30여 명만이 참석했지만 사찰음식에 관한 깊이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사찰음식에서 사용하지 않는 오신채(五辛菜)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한 참석자가 “자극적인 식재료를 피한다면서 왜 고추는 사용하는가”라고 묻자 스님은 “오신채는 불교 경전에 몸에 열을 내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어 피하는 것이다. 고추는 오신채에 들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르베 씨는 “사찰음식을 지켜보면서 야채만으로 만드는 사찰음식의 다양한 맛과 그 음식을 뒷받침하는 배려가 특히 흥미로웠다”며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담긴 ‘정신적 음식’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사찰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르베 씨와 프랑스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2012년 5월 파리의 유명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사찰음식 시연회를 연다. 현지 반응이 좋으면 백화점 내에 사찰음식 상설 식당도 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에서 현지 언론과 음식업계 인사들을 초청해 사찰음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영혼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영산재의 하이라이트 공연에 이어 참석자 200여 명이 사찰음식을 직접 맛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계종은 30일 오후 유네스코 본부에서 각국 대표부 대사 등을 초청해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생명과 평화를 위한 공양-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만남’ 행사를 연다.
파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