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맘’-영양식 챙기고 걷기 가르쳐‘소심맘’-“행여 다칠라”… 품에 안고 다녀‘방치맘’-“강하게 크렴”… 울어도 무관심
아들 수디에게 먹을 것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모범형 엄마 해리(왼쪽),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들 바라카를 늘 품에 안고 다니며 보호하는 소심형 엄마 샐리(가운데), 딸 하부를 혼자 내버려두고 놀기 바쁜 개방형 엄마 월리. 에버랜드 제공
○ 개성 다른 세 엄마 침팬지
1998년 에버랜드 동물원에 들어온 암컷 침팬지 ‘해리’(16)의 육아법은 ‘모범형’. 해리는 암컷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큰엄마’로 불린다. 실제 아픈 동료나 먹지 못하는 동생을 챙기는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4월 태어난 아들 ‘수디’(아프리카어로 ‘성공’이라는 뜻)를 기를 때도 정성을 다했다. 9마리 침팬지가 함께 사는 우리 분위기는 식사 시간만 되면 냉랭해진다. 먹이 경쟁 때문이다. 그때마다 해리는 수디에게 과일이나 닭 같은 먹이를 물어다 줬다. 휴식 시간에도 해리는 수디에게 벽 잡고 일어서는 법, 두 발로 걷는 법을 가르쳤다. 엄마의 적극적인 보살핌 덕분에 수디는 새끼 중 몸집이 가장 크다.
해리와 동갑인 암컷 ‘샐리’는 내성적이다. 지난해 12월 태어난 그의 아들 ‘바라카’(축복)는 엄마의 성격을 닮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샐리는 성격이 소심해 바라카를 보호한다며 늘 품에 안고 다닌다. 송영관 사육사는 “태어난 지 8개월이 지나면 침팬지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바라카는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막내 엄마 ‘월리’(12)는 ‘신세대 엄마’다. 자신이 낳은 딸 ‘하부’(행복)가 태어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혼자 내버려둔다. 송 사육사는 “하부가 배고파 울어도 자기 노는 데 바빠 아이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며 “그 덕분에 하부는 새끼들 중 가장 강하게 크고 있다”고 말했다.
○ ‘성교육’ 받은 아빠의 힘
모든 것은 아빠 침팬지 ‘포리’(10)가 성에 눈을 뜨면서 시작됐다. 사육사들은 침팬지 대를 잇기 위해 4마리의 수컷에게 ‘침팬지 야동(야한 동영상)’을 틀어주면서 1년 동안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른 침팬지들은 야동에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일하게 포리만 감흥을 느꼈다. 동영상 관람 후 포리는 암컷의 신체를 관찰하거나 스킨십을 하며 ‘발정기’가 됐다는 신호를 암컷에게 보냈다. 사육사들은 우리 꼭대기나 구석진 방처럼 다른 무리나 외부로부터 격리된 곳에 밀실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포리는 연상의 상대 3마리를 차례로 임신시켜 2남 1녀의 아빠가 됐다.
포리는 어느 새끼를 가장 예뻐할까. 송 사육사는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바라카나 독립심 강한 하부보다도 가장 먼저 태어난 수디와 자주 놀아준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