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품었다 조폭도 ‘양’이 됐다
《“저는 열일곱 살 때 대마초를 접했습니다. 13년간 하우스(도박장)에서 사기도박판을 벌였고 조직폭력배를 하며 유흥업소를 드나들다 칼에 찔려 팔이 잘려나갈 뻔했습니다. 서른 살에는 마약에 빠졌습니다. 아내와 이혼했고 어린 딸과도 이별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6년간 히로뽕에 빠져 있었습니다.” 2008년 문모 씨(40)가 처음 강원 춘천시 한마음교회의 김성로 목사(62)를 찾아왔을 땐 지독한 히로뽕 중독 상태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죽음 외에는 마약을 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마약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문 씨를 보다 못한 아내가 그를 데려온 것이다. 7년 전 이혼한 아내에게 이끌려 그렇게 생전 처음으로 교회 문을 들어섰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저를 많은 사람이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 주는 것에 놀라다 못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근심과 괴로움으로 가득한 제 얼굴과는 달리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쁨과 희망이 보였습니다. 내가 사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목숨을 하찮게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1990년에 버려진 소 우리에 바닥과 장판을 깔고 시작한 교회 건물은 신도가 1300명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다. 조만간 교회 용지 한가운데로 도로가 생길 예정이어서 재건축이 불가피하지만 김성로 담임목사는 “우리는 허름하고 검소한 건물이 좋다. 슬래브 조립으로 간단하게 지을지 콘크리트만 부을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성로 목사
춘천시 장학2리 시골 벌판 한가운데, 축사 두 동에 세워진 허름한 십자가 탑. 도무지 교회 건물로 볼 수 없는 창고 같은 우사(牛舍)가 한마음교회(기독교 한국침례) 예배당이다. 김성로 담임목사는 40대 중반에 중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교회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990년 강원대 학생 6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지금 1300명이 넘는 성도들이 우사 예배당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장했다.
교회엔 7, 8명씩 구성된 소그룹 공동체 170여 개가 있다. 교회는 이 소그룹 공동체들을 ‘작은 교회’라고 부른다. 구성원들은 대개 사는 곳이 서로 가까운 이웃들이다. 이웃간 정이 각박한 시대에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자주 모여 음식도 나누며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 기도해 준다. 김 목사는 “사람은 고독해질 때 삶의 희망을 놓는 것”이라며 소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작은 교회를 통해 조폭도, 강남 술집의 마담도, 알코올의존증 환자도, 이혼 부부도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고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교회 건물은 쓰러져 가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변해야 합니다.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남을 소중히 여깁니다.” 김 목사의 말을 들으며 성경에 나왔던 초대 교회 중 가장 건강했던 안디옥 교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소그룹 공동체를 만들어 교회의 의미를 되새긴다. 20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에도 지소연(왼쪽), 서현숙 선수(왼쪽에서 다섯 번째 브이 표시) 등이 한마음교회에 다닌다. 지난해 연습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표선수들. 한마음교회 제공
내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다음 달 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예선전을 준비 중인 서현숙 선수는 “운동하다 보면 부상도 잦고 경기력도 마음대로 발휘되지 않아 모두가 힘들어한다. 교회가 아니더라도 제가 있는 곳에서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격려하면 그게 바로 참교회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월드컵도 ‘작은 교회’로 하나 되어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했다.
한마음교회는 춘천 및 인근 지역 대학 캠퍼스와 중고교에 자살 예방 교육 전문 강사를 정기적으로 파견하고 ‘자살 예방 교육 세미나’를 개최한다. 게임중독 예방을 위한 공동체훈련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교회의 본질은 뭘까요. 말씀, 기도보다도 사람이 중요합니다.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젊은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게끔 해줘야 합니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제대로 살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춘천=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