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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한국계 女최고위직 리아 서 내무부 차관보 “뿌리에 대한 자긍심-책임감 동시 느껴”

입력 | 2011-10-01 03:00:00


리아 서 미국 내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29일 집무실에서 생후 8개월 된 딸의 사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한국에 가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하죠. 사람들이 저에 대해 무엇을 궁금해할까요.”

9월 29일 미국 워싱턴 내무부 청사 내 집무실에서 만난 리아 서 내무부 정책·관리·예산 담당 차관보(39)는 “10년 만의 한국 방문이 매우 설렌다”며 기자에게 물었다. 콜로라도 볼더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에서 환경과학·교육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환경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상원의원 보좌관, 고교 과학 교사, 국립공원관리청(NPS) 컨설턴트, 비영리 자선재단 환경 프로그램 기획자 등으로 일했으며 2009년 5월 차관보로 기용됐다. 미국의 토지와 공원, 야생동물을 관리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한국계 여성으로는 최고위직인 서 차관보는 “내가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으며 정부 고위직에 오른 지금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서 차관보는 9월 30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며 재외동포재단 주최 세계한인차세대지도자대회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고 미 지질조사국(USGS)-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의 정보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생후 8개월 된 딸과 남편에게 처음으로 한국을 보여줄 계획도 있다.

―지난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당당히 밝혀 화제가 됐는데….

“1962년 이민을 온 부모님은 전형적인 한국 부모님이셨다. 자연히 나도 한국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나는 매우 미국적으로 자랐다. 콜로라도 로키산맥에서 낚시와 캠핑을 하며 자라 미국적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저녁에는 한식을 먹고 점심에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두 가지 문화의 장점을 흡수하는 법을 배웠다. 행운이었다.”

―소수민족으로 정부 고위직에 오른 소감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산다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자신의 민족적 뿌리에 대해 자긍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갖게 된다. 올 1월 딸을 낳고 나서 미국 이름 대신 ‘유미’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 증조할머니의 존함이기도 하다.”

―환경문제에 헌신하게 된 계기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많았다. 변호사나 의사보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처음에 부모님께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찬성한다’고 하시면서도 ‘먹고살 정도로 생활은 돼야 한다’고 걱정하셨다.”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북한산에 가볼 것이다. 설악산, 제주도 같은 곳도 한국의 보물이다. 청계천도 꼭 가볼 것이다. 청계천은 미국도 관심을 갖는 도시 환경보존 모델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은가.

“젊은 여성들에게 넓게 세상을 보라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모든 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전에 닫혀 있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 세상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부딪쳐야 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