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김다솔·제주 전태현, 주전 부상·부진에 기회
전북 김민식, 염동균 승부조작 연루후 붙박이 활약
축구에서 가장 외로운 포지션이 후보 골키퍼다. 주전에 밀려 수 년 간 기회를 못 잡는 후보도 많다. 올 시즌 K리그는 예외다. 시즌 중·후반부터 후보 골키퍼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전북, 포항, 제주 등 3팀이 수문장을 도중에 바꿨다. 2일 포항-제주전에서 두 팀 모두 후보가 골문을 지켰다.
● 부상과 부진으로 GK 바꾼 포항, 제주
포항은 신화용이 9월 초 훈련 도중 오른쪽 손가락을 다쳤다. 작년 시즌 1군 1경기 출전이 전부인 김다솔이 9월10일 광주 전부터 인천-상주-제주까지 4경기 연속 출전했다.
제주는 김호준이 부진하자 박경훈 감독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김호준은 8월13일 대전전 이후 4경기 동안 10골을 내줬다. 그러자 박 감독은 1군 경험이 5번 밖에 없는 전태현을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태현은 9월18일 전남 경기부터 3경기 연속 골문을 지켰다.
두 선수 모두 안정된 선방을 보여주고 있다. 김다솔은 4경기 3실점, 전태현은 3경기 3실점이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신화용이 정규리그 때 복귀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김다솔이가 잘 해주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김호준이 안 좋을 때 진작 교체했다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포항, 제주와 달리 전북은 생각지 못한 변수로 골키퍼를 바꿔야 했다. 작년 거액의 이적료에 데려온 염동균의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6월 말부터 김민식(26)이 뛰고 있다. 김민식은 K리그 12경기에서 11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최근 일본 세레소 오사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4골을 내줬지만 2차전은 1골로 막았다. 김민식 덕분에 전북은 챔스리그 준결승에 오르고 K리그 선두를 굳게 지키며 2관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시즌 도중 골키퍼를 교체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3명의 후보 골키퍼 모두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포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