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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생산기지’ 폴란드 경제는 훈풍

입력 | 2011-10-03 03:00:00


지난달 2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쪽으로 340km 떨어진 브로츠와프 시. 저녁이었지만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처럼 활력이 넘쳤다.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를 위한 축구경기장, 2014년 세계현대음악축제를 위한 콘서트홀 등의 기반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구 63만 명의 이 도시는 폴란드는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폴란드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된 2004년부터 5년간 브로츠와프의 연간 성장률은 평균 12%대. 일자리가 늘어나 2000년대 초반 20%대였던 실업률은 최근 5%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도요타, 볼보 등 글로벌기업들이 브로츠와프에 공장을 세우고 유럽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라파우 두트키에비치 브로츠와프 시장은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과 개방적인 분위기”를 성공 원인으로 꼽았다.

○ 유럽 재정위기에도 유일하게 경제 성장


브로츠와프의 부상은 폴란드 경제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인구 3800만 명으로 EU 회원국 중 6번째로 많은 폴란드는 유럽의 중앙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등에 업고 ‘유럽의 중국’으로 부상 중이다. 폴란드는 유럽 재정위기에도 지난해 3.8% 성장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4%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를 피해 갈 수 있었던 데는 금융시장 규모가 작고 발달이 덜 된 탓에 다른 국가들과 달리 파생금융상품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됐다. 바르샤바에서 만난 스와보미르 마이만 폴란드 정부 투자청장은 “서유럽 은행들처럼 위험한 금융거래를 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경제운용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정부는 1989년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후 급진적 경제개혁을 실시했다. 20년간 다양한 정권이 들어섰지만, 외국인 투자유치만큼은 일관성을 유지했다. 폴란드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EU 가입과 외국인 투자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올해도 100억 유로(약 16조 원)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마이만 청장은 “폴란드는 한 해 대학 졸업자 수가 42만 명으로 프랑스보다 많다”며 “젊은 두뇌를 활용한 지식서비스업,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전자, 자동차 등 한국기업 진출 활발


현재 폴란드에는 LG, 삼성 등 12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제조업 중심의 생산설비 투자가 많으며 가전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가 남부 바우브지흐에 1243억 원을 투자해 10월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는 등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자동차부품 업체의 진출이 두드러진 편이다. 강치원 만도 폴란드 법인장은 “폴란드가 서유럽 시장과 가깝고 법인 설립에 우호적이어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가 많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츠와프(폴란드)=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