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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드림팀]서울아산병원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팀

입력 | 2011-10-03 03:00:00

스텐트 시술의 ‘세계 지존’




박승정 교수(오른쪽)와 서울아산병원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팀이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스텐트를 허벅지를 통해 혈관 속으로 집어넣고 있다. 이 팀은 국내 최다 스텐트 수술 건수를 기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강모 씨(80)는 지난해 4월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에 호흡까지 곤란해져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에 실려 왔다. 진료팀의 진단 결과 노인이 많이 걸리는 중증 심장질환인 대동맥판협착증이었다.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의 대문이 쪼그라든 것. 판막이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으니 숨이 차다.

지금까지 이 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수술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령에다 지병까지 있는 강 씨에게 수술을 권할 수는 없는 상황. 고민 끝에 이 병원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팀은 협착이 일어난 부위에 스텐트를 집어넣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치료팀은 지금까지 강 씨와 같은 환자 20여 명에게 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 팀은 대동맥판협착증뿐만 아니라 다른 심장 질환에서도 스텐트 시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스텐트 시술을 가장 많이 한 팀으로도 기록돼 있다.

○ 세계에 파란을 일으킨 스텐트 중재시술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지름 3∼4mm의 스텐트는 수술칼을 심장에 대지 않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심장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발견되면 문제의 혈관을 넓힐 때 사용하는 금속망이 스텐트다.

하지만 스텐트가 심장병 환자에게 두루 쓰이기 전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심장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왼쪽 주요 혈관(left main·좌주간부)이 막힐 때 가슴을 여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미국 의학계도 이런 ‘전통적’인 수술법을 30년간 고수해왔다.

서울아산병원의 스텐트 중재시술팀은 이런 관행에 도전장을 냈다. 1997년 ‘스텐트로도 왼쪽 혈관을 치료할 수 있다’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실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한 교수에게 스텐트 시술법을 소개하자 ‘미친 의사’라는 비난이 돌아왔다.

올해 초 중재시술팀이 10년간의 임상연구 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다시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가 높다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지에 실렸다. 미국 의학계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 시술법에 반대하던 미국의 유명한 흉부외과 의사들이 “서울아산병원의 수술법이 옳았다”며 새 치료법을 인정했다.

이 팀의 팀장인 박승정 교수는 “수술 아니면 약물치료라는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이 박혀 있던 서양 의사들에게 한국 의술의 우수성을 알린 셈”이라고 말했다.

○ 국내 최다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 시행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팀은 연간 2800여 건의 심장동맥 스텐트 시술을 한다. 시술 건수로 항상 ‘국내 최다’ 실적이다.

전문의 25명으로 구성된 팀은 24시간 진료실 근처에서 대기한다.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박 교수도 의사 가운보다는 수술복을 24시간 입고 다닌다. 밤에도 응급환자가 오면 어김없이 호출이 온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은 모두 병원 근처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점심도 식당에 가는 대신 도시락을 먹거나 현장에서 끼니를 때운다.

이 팀의 강수진 교수는 “심장 질환 환자에게는 시간이 곧 생명”이라면서 “단 몇 분이라도 빨리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오랫동안 팀워크를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일단 환자가 응급실로 오면 24시간 상주하는 심장내과 전문의가 환자를 진단한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긴급 호출 시스템을 가동해 팀원들이 동관 3층 심혈관조영실에 집결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9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고 응급 스텐트 시술을 모두 마친다.

이 팀은 다양한 국내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1989년에는 심장 판막인 승모판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환자에게 풍선확장술을 처음으로 시행해 성공했다. 이 시술은 사타구니의 대퇴 동맥을 통해 풍선을 집어넣어 좁아진 판막을 넓혀준다. 1991년엔 협심증 환자에게도 처음으로 ‘스텐트 시술’을 실시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매달 20여 명의 전 세계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 의학자가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는다.

○ 심장재활 프로그램으로 사망률 줄여

스텐트에 달린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혈관 내부를 관찰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작 박 교수는 요즘 스텐트 시술을 남발하고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심장 혈관이 좁아졌다면 바로 혈관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심장혈관뿐만 아니라 심장의 근육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에야 스텐트 시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텐트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치료팀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심장병 예방 및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장병을 예방하고, 심장병으로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서는 병이 재발하거나 뇌중풍(뇌졸중)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준다. 최근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병원에선 처음으로 국제 인증을 받았다.

미국을 포함한 의료 선진국에서는 심장병으로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상대로 한 재활 프로그램이 필수다. 최근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받은 환자들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평균 사망률이 47% 감소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