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성능 떨어지는 중고 패트리엇 도입… ‘뻥 뚫린 방공망’ 자초
국방부는 방공망 확충을 위해 내년에 항공기 요격용으로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철매-2)을 탄도탄 요격용으로 성능을 개량하는 예산을 반영하고, 2013년부터 고(高)고도 탄도탄 요격용 장거리미사일(L-SAM)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 같은 사업들이 계획된 예산으로 적기(敵期)에 끝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요격미사일과 같은 정밀유도무기를 개발하려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2일 “지금 상태론 2020년까지 한국의 방공망은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2015년 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상당 기간 자국 영공을 지킬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군 안팎에선 10년 가까이 지지부진을 거듭하며 갈팡질팡한 차기유도무기(SAM-X) 사업의 역사를 보면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SAM-X 사업은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국방부는 2003년 도입된 지 40년이 지난 낡은 나이키 미사일을 대신할 SAM-X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도입 기종은 항공기는 물론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갖춘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검토됐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인사와 시민단체들은 PAC-3 미사일을 도입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방부는 “미국의 MD와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든 자체적인 미사일방어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MD 참여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예산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당시 PAC-3 도입 예산이 2조5000억 원 이상으로 제시되자 정치권과 군 일각에선 당장 북한의 가공할 공중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과다한 전력투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후 SAM-X 사업은 다른 무기사업에 밀려 계속 보류됐고, 군 당국은 2007년 PAC-3 미사일 대신 1조 원을 들여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독일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군과 방위사업청은 “PAC-2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공방어 능력을 강화하기에 가장 적절한 최첨단 무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반론이 적지 않았다. PAC-3는 적의 탄도미사일과 직접 충돌해 파괴(hit to kill)하는 방식이지만 PAC-2는 적 미사일 근처에서 파편을 터뜨려 요격하는 방식으로 기술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난다. PAC-2의 명중률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당시 군 당국이 도입을 결정한 PAC-2 미사일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 공군이 사용한 중고품으로 생산된 지 15년이 지나 신뢰성이 떨어지고 향후 부품 조달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공군도 2005년 내부 보고서에서 PAC-2 미사일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등에 대처하기에 성능이 미흡하고, 도입 후에도 PAC-3로 성능 개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군 당국은 중고 PAC-2 미사일 2개 대대(8개 포대)를 2008년부터 도입 배치했지만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별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국감에선 군이 운용하는 PAC-2 미사일 8개 포대 가운데 3개 포대의 추적레이더가 고장이 나고도 부품을 구하지 못해 6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상태라면 북한이 몇 년 안으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해 발사하더라도 한국군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반면 주한미군은 2003년 PAC-2를 PAC-3로 모두 교체해 미군기지와 주요 시설에 배치했다.
합동참모본부 고위 당국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방공망을 초래한 SAM-X 사업의 교훈을 이제라도 곱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