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국자 “이용호, 비핵화회담서 자세히 질문”
북한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던 ‘그랜드바겐’(북핵 일괄 타결)에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리조트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과의 워크숍에서 2차 남북 회담 상황을 전하면서 “그랜드바겐은 앞으로 6자회담이 열렸을 때 하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랜드바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경제지원과 체제보장을 해준다는 일종의 ‘빅딜’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2009년 9월 미국 뉴욕의 미국외교협회(CFR)에서 공개 제안했으나 북한 측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진전되지 못했다.
이 당국자는 “7월 1차 회담에서 북한에 그랜드바겐을 설명했고 이후 열린 2차 회담에서 북한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세부적인 내용을 질문했다. 북한이 질문을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라며 “북한은 당초 그랜드바겐을 남북 간의 일로만 생각했으나 우리 설명을 들으며 남북 외 다른 주변국도 관여하는 것이란 점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6자회담이 정체된 사이 미국과는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했으며 중국 러시아 일본과도 그랜드바겐의 대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해 북한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를 제시했으니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북한이 북-미 후속 대화든 남북 비핵화 회담이든 ‘이것을 빨리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전조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핵화 사전조치에는 양보가 없다”며 “북한과의 회담이 단기간에 결과를 내기란 쉽지 않고 여러 차례 대화를 거쳐야 한다. 남북, 북-미 회담이 상호 추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6자회담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하던 중국도 최근에는 6자회담 이야기를 많이 꺼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