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남북 간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대응 계획을 담은 비밀문건을 분실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종헌 공군 참모총장은 9월 30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 중 작전계획 3600과 작전명령 2500을 분실했다”고 시인했다. 작전계획 3600은 공군의 전시 지원과 기지 방어 계획 등을 담은 2급 군사기밀이고, 작전명령 2500은 공군의 평시 훈련 내용을 기술한 3급 비밀이다.
이들 문건이 북한에 넘어가면 전투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우리 공군의 대응계획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공군이 운영 중인 10여 개의 전시작전 시나리오 대부분을 파기하고 새로 짤 수밖에 없다. 예산과 시간을 다시 투입해야 하는 낭비도 문제지만 기존 시나리오보다 더 완벽한 대응 방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군의 대응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류 유출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공군은 의도적인 문건 유출인지, 아니면 UFG 훈련 서류 파기 과정에서 실수로 함께 파기됐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밀문건을 파기하려면 보존연한 경과 등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파기 책임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확인서명을 해야 한다. 그런 기록이 없다면 유출로 보고 추적에 나서는 게 상식적인 대응이다. 공군이 문책이 두려워 분실 경위를 얼버무리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비밀이 유출된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해 전군에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경각심을 깨우쳐야 한다. 북한은 공작원 침투와 해킹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기밀 빼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군은 어느 조직보다 북한의 보안침투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군사기밀 보호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