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의 손자이자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귀고리와 목걸이를 한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외국인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밑에는 둘이 나눈 ‘사랑한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김한솔은 마카오에 있는 연국(聯國)국제학교를 다녀 영어에 능통하다. 현재 보스니아의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 모스타르 학교 고교 과정에 입학허가를 받고 준비 중이다. 1년 학비가 3000만 원이 넘는 학교다.
김한솔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반가운 생각보다 기이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가 북한 주민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젊은이 중에는 올봄 아랍 국가에서 민주혁명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컴퓨터는 있지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양을 벗어난 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헐벗고 굶주림에 지쳐 있다.
김한솔은 연국국제학교 동창인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를 상대로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라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면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 떠돌고 있는 자유분방한 김정남의 아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북한 체제의 혜택을 받고 자란 왕족(王族)이 그런 얘기를 하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공산주의 치하의 동독에서 잠시 유학한 경험밖에 없지만 그의 아들들은 모두 스위스 학교에서 공부했다. 김정일 자녀의 서구 경험은 아직까지 북한에 어떤 변화의 미풍(微風)도 가져오지 못했다. 중동 국가의 왕족들도 서구에서 공부했지만 자기 나라를 민주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민중 주도의 민주화 시위를 맞고 있다. 북한 주민의 삶과 유리된 채 서구 사회를 경험한 김정일의 아들과 손자들은 북한 체제가 붕괴된 후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스스로도 불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