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청각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 ‘도가니’를 관람한 국민의 분노가 뜨겁다. 자기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교육계 인사들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이 사건 관련자 일부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교직에 그대로 몸담고 있다.
‘도가니’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자 경찰은 5년 전에 일어나 이미 형사처벌이 확정된 인화학교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섰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당시의 양형(量刑) 배경을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진수희 의원은 복지재단의 투명성 확보 및 족벌경영 방지를 위한 일명 ‘도가니 방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한 권의 소설, 한 편의 영화가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또 다른 ‘도가니’ 피해자들이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국은 친인척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재단에 구조적 비리가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봐야 한다. 여론이 들끓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장애인을 인권의 소외지대에 방치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도가니’의 경우에서 보듯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치권 등에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도 법률체계의 혼란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기존 법률을 제대로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부분을 꼼꼼하게 손질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