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카드전표 추적… 구체적 물증확보 주력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3일 검찰에 나오면 수사의 초점은 이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이 금품 제공 주장을 계속하면서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않아 의혹만 부풀려진 상황을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2002년부터 최근까지 돈을 줬는지, 만약 줬다면 언제, 무슨 이유로 돈을 줬는지부터 규명할 계획이다. 또 신 전 차관이 SLS그룹 법인카드를 1억 원가량 썼다는 주장도 검증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이 회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신 전 차관이 해외에서 사용한 SLS그룹 법인카드 명세를 정리한 것이라며 공개한 문서를 제출받아 진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검찰은 법인카드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해 크게 3가지 경로로 확인하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카드가 사용된 백화점 등에서 사용자의 서명이 담긴 전표를 확보해 신 전 차관의 필적과 대조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면세점에서의 사용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다. 면세품 구매 시에는 여권을 제시해야 해 카드 사용자 기록이 남아 있다. 세 번째는 공항 밖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공항 출국장에서 여권과 항공권을 제시하고 찾을 때 기재된 인적사항을 찾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지난해 4, 5월경 지역 언론사 출신 사업가 이모 씨를 통해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회사 구명로비를 했다는 주장과 전 대학총장 노모 씨와 함께 대구경북(TK) 지역 실세인 P 씨를 만나 회사 구명을 부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이 씨와 P 씨, 노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가성 여부는 검찰 수사의 두 번째 초점이다. 검찰 수사 결과 신 전 차관 등 정권 실세가 이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사적인 관계에서 청탁 없이 준 돈이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언급한 정권 실세 가운데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 엄정히 사법처리하되 사실이 아닐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전 차관 등이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에 이 회장이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