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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로 간 다니엘 헤니

입력 | 2011-10-03 16:42:00



"난 곧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들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지난달 29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키베라 마을. 세계에서 도심 빈민촌 규모론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 곳에서 배우 다니엘 헤니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세계 최대의 난민촌인 케냐의 다다브와 빈민촌 키베라에 머물렀다. 제3세계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모습을 한국 시청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어린이재단이 후원하고 KBS가 기획한 '희망로드 대장정' 촬영에 참가한 것.

● 세계 최대 난민촌, 다다브

세계 최대 난민촌이라는 다다브. 황량한 사막 위로 나뭇가지에 걸려 나부끼는 검은 비닐봉지들과 곳곳에 세워진 UNHCR(유엔난민기구)에서 나눠 준 천으로 만든 텐트들이 가득했다.

이 곳은 1991년 UNHCR이 내전을 피해 온 소말리아 난민들을 위해 조성했지만 최근 60여년 만에 닥친 가뭄으로 먹고 살기 위해 넘어오는 난민들이 급속히 늘었다. 최대 10만 명으로 예측했던 수용 인원을 뛰어 넘어 약 50만 명이 유입됐고 지금도 하루 평균 300여 명이 넘어오고 있다. 이제 다다브는 케냐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아이들을 마음에 묻고 왔는데 이 곳에서도 아이들을 잃었어요. 이 아이마저 잘못되면…."

엄마는 불안한 듯 아이 손을 꽉 잡았고 아빠는 말없이 나무껍질을 담배 대신 씹었다. 석달 전 다다브로 온 골던 알리말리 씨(32)는 소말리아에서 가뭄 때문에 4명의 자식을 잃고 오는 길에 또 하나를 잃었다. 11달 된 막내는 열흘 전 설사병으로 부모 곁을 떠났다. 남은 아이는 8살짜리 아들 아스만 뿐. 다니엘 헤니는 막내 무덤에 가 잠시 묵념한 뒤 사람들을 등지고 한참을 서 있었다.

난민들은 모래 폭풍이 불어 목과 코에 낀 먼지를 빼내기 위해 수시로 침을 뱉었고 일교차가 커 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유엔에서 구호 활동을 수시로 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소말리아에서 이곳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다니엘 헤니는 다다브에서의 마지막 날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왔지만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트럭을 감싸 여러 번 차를 옮기며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모습을 봤다. "오늘 본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 말하는 그는 "아이를 팔에 안고 음식 트럭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뭐라 묘사할 수 없을 정도"라며 고개를 숙였다.

● 집 사이 오수가 흐르는 빈민촌, 키베라

빨갛게 녹슨 철판과 나무들로 이은 집과 그 사이사이 흐르는 검은 물. 길 가장자리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들. 다다브에서 3일을 보낸 뒤 찾은 나이로비의 키베라 마을에선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수도 시설이 정비돼 있지 않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 빈민촌의 골목골목엔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바나나를 먹은 한 아이가 껍데기를 집 옆 도랑으로 던지자 쓰레기에 앉아있던 파리 수십 마리가 붕~하고 날아올랐다.

"의사가 되고 싶어요. 돈을 벌어 아빠도 치료하고 동생들도 돌보고 싶고요."

8살 소녀 베릴 아칠은 부모님과 두 동생과 함께 두 평 남짓한 흙집에서 산다. 한쪽 벽은 허물어져 비닐로 메웠고 비가 오면 지붕과 벽 세 군데서 물이 샌다. 엄마 도린 아티온 씨(27)는 임신 7개월이지만 어린 아이들과 몸져누운 남편 대신 20리터 물통을 들고 하루 대여섯 번씩 15분을 걸어 공동 수도에서 물을 떠 온다. 다니엘 헤니는 아이들이 찬 돌 바닥에서 잔다는 말에 도톰한 깔개 두 장을 사 선물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함께 놀아줬다.


5일 간 난민촌과 빈민촌을 둘러본 다니엘 헤니는 "처음 이 곳에 왔을 땐 악취 등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의 삶을 보니 마음이 아팠고 아이들이 천진난만해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녀온 그는 "아이들과 조금만 얘기하면 자기 꿈도 곧잘 얘기하고, 웃음이 많은데 여기에 조금만 갈 길을 열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도 오기 전까지 상황이 이 정도인 줄 몰랐어요.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들이 정이 많다는 점인데, 이 곳에 와서 아이들과 손도 잡아보고 이 곳 분위기를 느끼면 다들 돕고 싶어질 거예요. 모두 이 곳에 올 수 있게 비행기 티켓을 사 주고 싶은데…그러려면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죠."

다니엘 헤니가 전하고 싶은 케냐 이야기는 다음달 중 방송된다.

나이로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