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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中企, 사채시장에 내몰린다

입력 | 2011-10-04 03:00:00

상장 中企 118곳 현금 50% 감소… 부도사태 우려
대기업은 회사채 등 통해 64조원 확보 ‘양극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32곳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총액은 6월 말 현재 48조1330억 원으로 지난해 말 52조940억 원보다 7.6% 감소했다. 현금성자산은 만기가 3개월 이내로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예금이나 적금 등이다. 현금성자산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유동성 사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 중소기업 현금 급감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원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확대했으나 경기가 호전되지 않아 예상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장사들이 상반기 투자활동으로 지출한 현금은 43조8300억 원이었지만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32조9950억 원에 불과했다.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30% 이상 줄어든 상장사는 전체의 34%에 이르렀고 50% 이상 줄어든 회사도 20%였다. 문제는 경기 불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견·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더 나쁘다는 점이다.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절반 이상 감소한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10곳이었으며 중소기업은 118곳에 달했다. 현금성자산 감소율이 70%를 넘는 기업 59곳 가운데 NHN(―73.98%)과 현대백화점(―94.85%)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반면 10대 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평균 감소율은 5.0%로 상장사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한화그룹은 현금성자산이 179.5%나 증가했고 포스코그룹(78.0%)과 현대중공업그룹(52.0%)도 증가폭이 컸다.

○ 중소기업, 현금확보에 동분서주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대기업은 현금이 넘치는 ‘자금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위기상황에 대비해 이미 충분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올 들어 8월 말까지 은행 대출 및 직접금융시장에서 64조 원이 넘는 돈을 확보해 이미 지난해 자금조달 실적을 넘어섰다.

8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8조3000억 원 넘게 늘어난 105조6745억 원이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총액은 39조7995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조1000억 원 늘었고, 같은 기간 대기업의 유상증자는 4조59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돈 구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금 확보통로인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은행대출 등이 모두 막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8월까지 유상증자,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조90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2% 줄었다. 대기업이 40.7%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가 어려워져 현금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중소기업은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채시장을 전전하고 있다. 아예 부도를 내거나 사업자 면허를 반납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보유 현금이 부족해지면 부도 등 사태에 직면할 수 있고 투자 중단으로 기업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