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 美시애틀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을 가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시내의 어시장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에서는 매일 ‘생선 쇼’가 열린다.시애틀=서경완 기자 dmz@donga.com
한쪽에서는 연어가 날아다녔다. “연어 세 마리 미네소타로!” 역시 “연어 세 마리 미네소타!”라는 합창이 뒤따랐다. 몰려든 관광객들은 이 ‘생선 쇼’를 감상하며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 시애틀의 한복판에 자리한 어시장,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시끌벅적했다.
1907년 어부들이 부둣가에 좌판을 깔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한 게 지금의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이 됐다. 어려움도 숱하게 겪었다. 수익이 줄어든 중간상인들은 시장의 성장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1940, 50년대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와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유령시장’으로 전락할 뻔했다. 부두와 시내를 잇는 입지조건 때문에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버텨냈다. 한때 상인들의 이탈이 잇따르자 시애틀 시는 임대료를 낮춰주며 시장을 지켰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평범한 어시장들과 다르다. 한국의 노량진 수산시장이 본업인 수산물 판매에 충실하다면 이곳은 ‘즐거움’에 ‘에너지’까지 더해 팔고 있었다. 생선 쇼를 지켜보는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함께 활력까지 번졌다.
여느 쇠락한 어시장과 마찬가지로 파이크플레이스 상인들도 사무적으로 손님들을 대할 때가 있었다. 그러다 ‘이렇게 죽을 순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바꿔 보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꽃게 10마리 몬태나로!”를 합창하는 생선 쇼였다. 호기심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 느끼는 게 있었다. 이런 얘기는 미국에서 경영서적 부문 베스트셀러가 된 ‘Fish’라는 책으로도 소개됐다.
시애틀을 찾은 관광객들은 신선한 게와 연어 등을 맛보려 유명 식당에 예약하고 식도락을 즐겼다. 파이크플레이스 마켓 상인들은 이 점에 착안해 관광객이 산 수산물을 그들이 묵는 호텔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심에 있는 어시장의 장점을 톡톡히 살리면서 고객의 욕구(needs)를 제대로 읽어낸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파이크플레이스 마켓은 어느덧 시애틀 관광산업을 주도하는 주역이 됐다. 연간 1000만 명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애틀=서경완 기자 dm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