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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 ‘오뚝이 신화’ 2代에 걸쳐 쓴다

입력 | 2011-10-04 03:00:00

故 정인영 명예회장 5주기… 내년 그룹 창립 50주년 맞아 만도-한라건설 해외진출 박차




故 정인영 명예회장(왼쪽)

한라그룹이 창업주인 정인영 명예회장의 5주기를 맞아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다. 1997년 외환위기로 주요 계열사를 매각했던 한라그룹은 양대 축인 건설(한라건설)과 자동차 부품(만도)을 앞세워 1996년 당시 자산 6조2000억 원으로 재계 12위까지 올랐던 위상을 되찾을 계획이다.

○ 10년 만에 매출 10배

정몽원 회장

맏형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함께 현대가(家)의 초석을 닦았던 정 명예회장은 1962년 한라그룹의 전신인 현대양행을 세웠다. 현대양행에 이어 삼호조선소, 한라펄프제지 등을 잇달아 세웠던 정 명예회장은 1989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재계의 부도옹(不倒翁·오뚝이)’으로 불렸다.

하지만 한라그룹도 외환위기의 파도를 피하진 못했다. 한라그룹은 한라건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를 매각했고 2006년 정 명예회장도 타계했다. 1997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원 회장은 절치부심 끝에 외국계 투자회사에 팔았던 만도를 2008년 되찾아왔다. 이후 만도는 그룹 정상화의 핵심이 됐다.

만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의 첫발을 디딘 정 회장은 만도를 되찾아온 후 1년에 6차례 이상 해외 연구소를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고,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우선적으로 투자했다. 그룹 관계자는 “만도와 한라건설이 제자리를 찾음으로써 그룹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며 “여기에 창업주인 정 명예회장의 5주기를 맞아 임직원 사이에서 ‘다시 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2001년 5990억 원이던 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5조170억 원으로 늘어났다.

○ 내년 그룹 창립 50주년

부친의 5주기를 맞아 “명예회장의 뜻을 기려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정 회장은 내년 그룹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만도와 한라건설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현대자동차에 의존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폴스크바겐, GM 등 해외 대형 자동차 업체와 부품 공급 계약을 한 만도는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만도 관계자는 “만도의 올해 매출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만도의 매출은 3조4000억 원이었다. 또 한라건설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시작으로 해외 건설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라그룹은 정 명예회장이 그룹의 터를 닦았던 전남 목포시에서 일자리 창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목포에 삼호조선소, 한라펄프제지, 목포신항만 등을 잇달아 설립했고, 목포시는 1일 이 같은 공로를 기려 명예시민증을 전달했다. 이날은 한라그룹의 49번째 창립 기념일이자 49번째 ‘목포 시민의 날’이었다. 정 회장은 “아버지께선 해외출장에서 귀국한 다음 날 새벽에 휠체어를 타고 목포를 찾아 지역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며 “앞으로 아버님처럼 목포지역에 관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내년 10월 1일 완공되는 경기 성남시 판교의 만도 중앙연구소는 만도와 한라그룹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의 해외 진출도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