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쟁조정위가 결정내린 ‘세종대 이사 5명 선임’… 現위원장이 ‘취소소송 변론’ 맡아 논란

2심서 설립자측 변호인단에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현직 위원장이 사립대 이사 선임과 관련된 소송의 변론을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분위는 사립대 임시이사 또는 정이사의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만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구다.

3일 세종대 법인과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올 4월 임명된 오세빈 사분위원장(61·사진)이 속해 있는 법무법인 ‘동인’의 변호사 6명은 최근 세종대 설립자 측인 주영하 최옥자 씨가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선임 취소처분’ 소송에 원고 측 소송 대리인으로 지정됐다. 오 위원장도 대리인 명단에 포함됐다.

설립자 측은 지난해 3월 사분위(당시 위원장 이우근 변호사)가 선임한 최동호 현 이사장 등 이사 5명에 대한 선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들은 “사분위가 선임한 7명 이사 가운데 5명이 비리를 저지른 옛 이사장(주명건) 측 추천 인사로, 여러 비리에 가담하면서 임시이사가 선임되도록 만든 장본인들”이라며 이사 선임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올해 3월 “사분위는 정이사 선임에 대한 상당한 재량을 가지므로 사분위의 심의 결과를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원고 측이 기존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 13명 외에 법무법인 ‘동인’의 변호사 6명을 지난달 22일 소송대리인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전임 사분위의 결정이 불합리하다며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현직 사분위원장이 맡은 셈이다.

세종대 재단 관계자는 “오 변호사가 전임 사분위의 결정을 뒤집는 소송을 맡은 것은 정부 산하 위원회의 위원 구성 및 위원회 결정 사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사분위원이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소송을 맡지 않도록 제한하는 규정은 따로 없으며 개인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변호사 측은 “대표변호사라 소송 대리인 명단에 올라간 것 같다”며 “즉각 명단에서 이름을 빼도록 지시하고 소송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