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방지 위해 7월부터 심리상담실 24시간 운영
KAIST가 학생 자살방지를 위해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우울증 등을 점검하는 정신건강 검사를 전격 도입해 실시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학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바꾸는 등 종합적인 학생 자살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올 들어 이 학교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한 데 따른 조치다.
KAIST는 7월부터 전체 학생 1만800여 명(학부생 4800여 명, 대학원생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BDI)와 스트레스 검사(SCI-90) 등 정신건강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3일까지 20%가량인 2000여 명이 검사를 마쳤다.
자살 위험성 평가는 우울증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지며 검사 결과는 교내 KAIST 클리닉 정신건강의학 의료진에게 발송된다. 의료진은 검진 결과를 분석해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신속하게 진료나 상담을 권유하고 가족에게도 결과를 알리기로 했다.
KAIST는 4월부터 KAIST 클리닉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상근으로 초빙해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도 실시했다. 이 상담에는 783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20명이 학업진로, 사고 학생에 대한 죄책감, 대인관계, 이성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학교 측은 상담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교내 상담센터에 상근직 상담 직원 2명을 충원해 상담사를 8명으로 늘렸다. 또 당직 전화 ‘심리상담 카이 콜’을 지난달 1일부터 운영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5월 장영신 애경 회장이 기부한 30억 원을 활용해 학생들의 상담과 리더십 함양을 위한 ‘장영신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행복증진 프로그램과 긍정적 마인드를 제고하는 ‘옵티미스트’ 워크숍 및 특강이 여기서 열린다.
내년에는 점차 늘어나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상담전문 인력도 충원하기로 했다. 또 조만간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학생 자살 대처의 지침이 될 ‘학생위기대처 매뉴얼’도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KAIST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행한 선택을 막기 위해선 학교 구성원 모두가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는 이런 종합적인 학생 대책을 위해 학생처만으로 운영되던 학생지원 조직을 최근 1본부(학생지원본부) 2처(학생정책처, 학생생활처)로 확대 개편했다. 또 한 공간에서 학습과 문화, 휴식이 가능하고 학내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한 학술정보문화관을 2014년까지 세우기로 하고 건립추진위를 최근 발족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