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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월가 시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찾을 것인가

입력 | 2011-10-04 03:00:00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월가)에서 3주 전부터 벌어진 시위가 지난 주말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으로 번졌고 캐나다 등 외국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애초 이 시위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목표도 분명치 않았다. 처음에는 일자리 없는 젊은이와 학생들이 월가 근처 공원에 모여 얼굴 페인팅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임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이들 사이에 극심한 빈부격차와 월가의 카지노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점차 시위대로 변한 이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다.

시위대는 “미국인의 상위 1%가 하위 90%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다” “은행가들은 잘나갈 때는 자기 배만 채우더니 파산 직전에 몰리면 정부에 빚더미만 지우고 국민을 실직자로 만들고 있다”며 분노를 키웠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배우 수전 서랜던 같은 유명인과 거대노조 운동가들이 찾으면서 시위대는 지난 주말 뉴욕에서만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월가 시위는 프랑스와 영국의 이민자 폭동, 그리스의 복지병(福祉病) 시위, 아랍 국가의 민주화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민자 폭동과는 달리 약탈이 없고, 복지병 시위 같은 격렬한 가두투쟁도 없었다. 민주화 시위처럼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지도 않는다. 단지 보행자 통로로 다니라는 경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차도를 행진했다는 이유로 시위대 700여 명이 연행됐을 뿐이다.

월가 시위는 세계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반(反)시장주의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은행과 기업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세상의 불신과 불만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은행은 리스크만 사회에 돌리고 이익은 혼자서 챙기지 않았는지, 기업은 직원들을 배려하기보다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배만 불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라고 월가의 시위대는 요구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한 쌍이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점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스스로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위기 때마다 변신했다. 1930년대 대공황은 케인스식 경제와 베버리지식 복지로, 1980년대 인플레이션에는 대처와 레이건식 경제로 위기를 극복했다. 세계 각국의 정부 기업 은행 자본가들은 이번 월가 시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발견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