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장수의 상징…가을 식재료로 만나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봄철 삼짇날에는 진달래로 화전을 만들고, 가을 중양절(重陽節)에는 국화전을 부쳐서 조상님께 바친다고 했다. 중양절이 도대체 어떤 날이며 이날 왜 국화로 전을 부치거나 국화차, 국화주를 마셨던 것일까.
국화전을 비롯해 국화차, 국화주 모두 가을이 국화의 계절이니 제철에 많이 피는 꽃으로 음식을 만들었다고 여기겠지만 국화에는 또 다른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중양절은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다. 이 때문에 요즘에 단풍놀이를 겸해서 가을산행을 가는 것처럼 높은 산에 올라 가을을 맞았다. 이때 반드시 산수유를 담은 주머니를 차고 가서 국화꽃을 따다가 전을 부치거나 국화차, 국화주를 마셨다.
산수유를 품고 있으면 나쁜 기운을 쫓아내 액운을 막을 수 있고 국화를 먹으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수유는 나쁜 기운을 피한다는 뜻의 벽사옹((벽,피)邪翁), 국화는 수명이 늘어난다는 뜻의 연수객(延壽客)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처럼 중양절은 양의 숫자가 겹친 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을을 환영하고 다가올 겨울철에 대비해 재앙을 막자는 액땜 의식이 담긴 날이다. 보통 중국에서 전해진 명절로 알고 있지만 고대 북방민족의 공통적인 명절이었다고 최남선은 주장했다. 다만 고려 이후에 중국적 색채가 강해졌을 뿐이라고 한다.
어쨌든 중양절에 사람들이 국화를 먹은 이유는 4세기 진나라 학자인 갈홍이 쓴 ‘포박자(抱朴子)’의 국화와 장수에 관한 전설에 실려 있다. 여기에서 국화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국화가 몸에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국화는 두통을 없애고 귀를 밝게 해주며 부스럼을 치료한다고 했다. 조선후기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도 국화는 약재가 될 수 있고 또 술로 담가 놓고 수시로 마셔도 되는데 그 싹은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감미로운 맛의 노란 국화나 하얀 국화가 효과가 좋다고 적어 놓았다.
요즘은 국화전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국화차나 국화주는 여전히 마신다. 한창 국화꽃이 필 계절이 왔으니 단지 꽃의 모양만 감상할 것이 아니라 국화를 바라보며 건강도 함께 챙겼으면 좋겠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