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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폭스뉴스

입력 | 2011-10-05 03:00:00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3대 지상파인 ABC NBC CBS와 케이블 뉴스인 MSNBC CNN은 사실상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를 밀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일간지도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해 9월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존 매케인이 “제발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당시 공화당 우군은 보수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정도였다. 두 회사 모두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의 소유다.

▷폭스뉴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황금시간대 기준으로 2010년 일일 평균 시청자 수는 폭스뉴스가 243만 명인 데 비해 MSNBC는 84만6000명, CNN은 64만 명으로 큰 차이가 난다. 폭스뉴스의 강점은 사실 전달을 넘어 적극적인 논평을 한다는 점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 공화당을 이끌었던 정치 거물은 물론이고 공화당 최고의 책사(策士)로 통하는 칼 로브 등이 고정 출연하며 ‘공화당식 세상보기’를 여과 없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폭스화(foxification)는 분명한 의견 제시를 뜻하는 신조어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이라는 가면을 벗고 보수의 가치에 입각해 세상사를 쾌도난마식으로 풀어주는 것이 폭스뉴스가 인기를 누리는 배경이다. 골수 민주당 지지 도시인 보스턴에서 만난 한 미국인 교수는 “적(敵·보수 진영)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 폭스뉴스를 열심히 시청한다”고 말했다.

▷19세기 미국 신문은 독자 확보 및 광고 유치 수단으로 ‘객관성’을 표방했다. 그 시대에는 사설이 발행인의 의견을 담아내고, 칼럼이 메마른 객관성을 보완하는 기능을 했다. 1996년 탄생한 폭스뉴스가 7일로 출범 15주년을 맞는다. 그사이 시대가 바뀌어 미국 언론은 이제 주관성으로 장사를 하는 듯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다(多)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아 한국 언론도 선거 보도에서 과거와는 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사실 확인에 입각해 정론(正論)을 펴고 논지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읽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