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나를 지칭… 주어 빠진것” 朴 “‘주어동관’ 해임하라”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가 민주당 박지원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박지원 의원실 제공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거론하면서 “(여권 인사들이) 박 씨에게 금품 로비를 받고 비리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박 씨가) 이런 분들을 만나니까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전현직 고위인사 11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김두우 홍상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조석래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이 특보 등이다.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가 민주당 박지원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박지원 의원실 제공
박 의원은 오후 감사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국회를 무시한 처사로 이 특보를 해임하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감사가 15분가량 중단됐다. 그는 문자메시지의 사진 촬영도 허용했다. 민주당 소속의 우윤근 법사위원장과 친박(친박근혜)계인 한나라당 소속 이정현 의원도 국회경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특보는 “첫 문장은 섭섭함, 둘째 문장은 자괴감의 표현”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박 의원에게 ‘그 정도 인간’ 운운한 게 아니라 짧은 문자메시지의 특성상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라는 문장의 첫머리에 ‘내가’라는 표현이 생략되면서 생긴 오해라는 것. 이 특보는 “올 4, 5월 박 의원을 직접 만나 ‘박태규 로비대상’과 자신이 무관함을 설명했다”며 “나와 박 의원은 오래전부터 매달 한 차례 정도는 만나던 가까운 사이인데 내 설명이 이 정도로밖에 신뢰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정치 무상(無常)’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부를 무시한 게 아니다. 개인 대 개인의 차원에서 섭섭함을 전한 것을 공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속개된 국정감사에서 “언론에 보도된 ‘박태규 리스트’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특보의 문자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야당 고위인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적(私的) 대화인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한 점은 아쉽다”고 반응했다.
박 의원은 “이 특보의 해명은 ‘주어를 빠뜨렸다’는 것인데 과거 BBK사건 때 나경원 의원이 ‘주어가 빠졌다’고 해서 ‘주어경원’이라고 했는데 ‘주어동관’이 지적소유권도 내지 않고 또 탄생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주어동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