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를 빼고 쓰다 보니 의미가 헷갈리는 때도 있다.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가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가 그렇다. 이들 문장의 의미는 두 번째 문장의 주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천지차이다.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박 의원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가 될 수도 있고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내가 박 의원에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가 될 수도 있다. 생략이 화근(禍根)이다.
▷이 특보는 박 의원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들먹인 데 대한 항의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발끈해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공개했고 이 특보는 ‘내가’라는 말이 빠져 오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는 메시지를 공개한 박 의원이나 주어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메시지를 확인도 없이 성급하게 보낸 이 특보나 모두 잘한 게 없다. 전화로 했더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을 문자로 보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