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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문자메시지

입력 | 2011-10-05 20:00:00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는 컴퓨터로 주고받는 e메일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문자메시지는 철자나 문법, 구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편하고 빠르게 써서 보낸다. 그러다 보니 실수도 많다. 할머니에게 ‘오래 사세요’라고 보내야 할 문자를 ‘할머니 오래 사네요’라고 보내기도 하고,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줬다가 ‘고마워 자기야. 사망해∼♡’와 같은 문자를 받기도 한다.

▷주어를 빼고 쓰다 보니 의미가 헷갈리는 때도 있다.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가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가 그렇다. 이들 문장의 의미는 두 번째 문장의 주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천지차이다.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박 의원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가 될 수도 있고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내가 박 의원에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가 될 수도 있다. 생략이 화근(禍根)이다.

▷이 특보는 박 의원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들먹인 데 대한 항의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발끈해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공개했고 이 특보는 ‘내가’라는 말이 빠져 오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는 메시지를 공개한 박 의원이나 주어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메시지를 확인도 없이 성급하게 보낸 이 특보나 모두 잘한 게 없다. 전화로 했더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을 문자로 보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문자메시지는 음성 통화와 달리 기록으로 남는다. 불륜 관계에서 은밀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가 배우자에게 들통 나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은 간통했다는 물증이 없더라도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사랑해’ ‘헤어진 지 이틀 됐는데 보고 싶어 혼났네’ 등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결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문자메시지를 보관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곳은 사용자의 휴대전화뿐이다. 결국 제때 삭제하지 않은 쪽의 책임이 크다. 때로는 망각이 기억보다 낫듯이 음성처럼 사라지는 것이 문자처럼 남아 있는 것보다 나은지 모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