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동-장애인 성폭력범 양형 올리기로

24일 임시 양형위 개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4일 임시 양형위를 열어 아동·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재설정하기로 했다. 영화 ‘도가니’ 개봉으로 장애아를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에 대한 법원의 약한 처벌이 공분을 불러일으킨 데 따른 것이다.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기수 양형위원장은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성범죄 관련 공청회와 대국민 설문조사도 실시해 국민의 법감정에 합치되는 양형 기준을 다시 설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형위에서는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한 △형량 상향 조정 △형량을 결정하는 가중·감경인자 재설정 △집행유예 요건 강화 △양형 이유 명시 등 안건이 폭넓게 다뤄질 예정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결을 비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사법부가 국민의 감정과 눈높이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질책하는 뼈아픈 지적으로 생각한다”며 “(인화학교) 사건 후에 법관들의 양형감각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양형도 제자리를 찾아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인터넷에선 인화학교 사건을 담당한 한 경찰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광주 남부경찰서 김광진 경사는 4일 밤 ‘저는 도가니 담당 형사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 사건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일그러지고 처절한 그들의 수화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