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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나의 NIE]박상우 작가

입력 | 2011-10-06 03:00:00

사건기사 읽고 사연 상상… ‘소설 공부의 교재’




작가로 등단하기 전, 나는 두 가지 경로의 습작시절을 보냈다. 하나는 경험을 통한 세상공부, 다른 하나는 텍스트를 통한 문학공부.

경험을 통한 세상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강원도 교육위원회를 찾아가 광산촌 교사 발령을 자원했다. 그리고 4년 8개월 동안 주변이 온통 저탄더미로 뒤덮인 해발 700m의 고산지대에서 혹독한 세상공부를 했다. 3년 정도 그곳에 머물 계획이었는데 뜻과 달리 4년 8개월이 지난 뒤에야 당선 통지서를 받고 가까스로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작가가 되기까지 나는 두 종류의 텍스트를 항상 지니고 다녔다. 하나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이었다. 그 시절, 매일 어깨에 메고 다니던 가죽가방에는 언제나 책 한 권과 그날의 신문, 그리고 메모를 위한 노트가 들어 있었다. 작가지망생이 독서를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니 더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만 신문을 활용한 스토리 발상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언급이 필요할 터이다.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조간신문을 가방에 넣고 나가 하루를 보내는 동안 틈틈이 꺼내 신문지면 전체를 정독했다.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메모하고 사건사고 기사를 읽으면서 이면과 행간을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기사야 육하원칙에 의거해 작성하지만, 작가지망생인 나는 사건과 사고를 들여다보며 상상력과 추리력을 발휘했다. 기사에는 나타나지 않는 이면의 ‘사연’을 유추하려 했다. 단순한 사건사고와 소설이 다른 점은 사연을 다룬다는 것이며 이에 착안해 신문을 소설공부의 텍스트로 활용한 셈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다는 짤막한 3단기사도 적절한 사연을 넣으면 그럴듯한 서사가 탄생하므로 신문은 소설공부를 하는 데 훌륭한 텍스트 역할을 했다.

신문을 통한 서사공부는 지금도 나로 하여금 신문을 중의적인 시각으로 읽게 만든다. 단순하게 겉으로 드러난 기사만 보지 않고 그것의 이면을 읽는 것이다. 아무려나 신문은 세상을 읽고 그것에 대한 사유를 익혀가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살아있는 교재 역할을 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신문에 여행 요리 취미 패션 등의 지면이 늘어났다. 신문이 세상의 변화와 새로운 생활 패턴의 에센스를 접하는 창구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상적인 공간이나 패션, 요리 같은 게 발견되면 스크랩하거나 메모했다가 소설을 쓸 때 활용한다.

지금도 나는 조간신문을 펼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은 나에게 세상의 축도이자 나의 참여를 요구하는 인생교육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신문을 통해 날마다 학습과제를 찾고 자발적으로 처리하며 세상살이에 동참한다. 죽는 날까지 인간은 학생, 인생은 학습이니 신문은 세상공부를 위한 최적의 학습교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