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죄선고로 다시 ‘먹튀’ 논란
하나금융이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 외환은행 주가는 1만2000원대였다. 양쪽이 계약한 주당 인수 가격은 주가보다 10% 정도 높은 1만4250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론스타에 가해진 ‘먹튀’ 비난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 챙긴 천문학적인 배당금에 초점이 맞춰졌고, 인수 가격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외환은행 주가가 급락하면서 인수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나금융이 올 7월 재계약을 통해 주당 인수 가격을 종전보다 860원 낮췄지만, 당시 주가가 9000원대로 떨어지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오히려 40%대로 올랐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주가가 7000원대로 떨어진 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90%대로 치솟아, 이런 엄청난 프리미엄을 론스타에 보장해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론스타는 2조1549억 원을 들여 외환은행을 샀지만 이후 배당과 일부 지분 매각으로 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여서 4조4000억 원이 넘는 매각대금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는다.
먹튀 논란에도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이전 계약을 서둘러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급등했을 뿐 아니라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않고는 KB, 우리, 신한 등 다른 금융지주사와 경쟁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론스타도 한국에서 더는 사업을 하기 힘들 정도로 여론이 악화돼 지분을 정리하고 하루빨리 떠나는 ‘출구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다른 외국계 자본을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론스타에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넘길 수 있는 유일한 거래 상대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계약 이행 전 주당 인수 가격을 어떤 식으로든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주당 인수 가격을 낮추거나 현재 조건을 그대로 두는 대신 론스타가 사회공헌기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심사를 할 때 인수 가격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수 가격은 거래 당사자 간에 협의할 사안이지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하나금융은 국내에서 은행업을 하고 있는 회사여서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결격 사유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