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땐 지지층 이탈 우려… 조직보다 바람 선택“안철수 격려 e메일 한번 받아”
서울시의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 후보는 3일 야권 통합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제도권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면서도 “후보 등록까지 고민할 것”이라며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무소속으로 나서는 게 더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는 무엇보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안철수 돌풍’으로 상징되는 유권자들의 정당정치 혐오 현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재단 등 각종 시민단체 활동으로 쌓은 ‘정치적 순수성’이 가장 큰 자산인 박 후보가 민주당이라는 기성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지지층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는 것. 박 후보의 주력 지지층인 시민사회 진영의 탈(脫)정치화 요구도 거셌다는 후문이다.
지지층 확장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민주당 밖에 계속 있어야 ‘안철수 돌풍’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무당파와 중도층을 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결국 누가 중도층을 많이 껴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박 후보는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서울시의회 방문에서 “민주당이 가는 길에 서서 디딤돌이 되겠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 오니) 친정에 오는 기분” 등 민주당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박 후보의 방문을 받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등은 “박 후보가 정신적으로 민주당원임을 선언할 수 있느냐” “시장 되고 딴살림을 차리지 말아 달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마음속의 시장 후보”라며 박 후보를 몰아세웠다. 한 시 의원은 ‘박, 박원순 후보님. 원, 원하는 시장 열심히 돕겠다, 다만 시장 되면. 순, 순전히 우리 민주당 덕분’이라며 ‘박원순’으로 삼행시를 지으며 압박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다소 머쓱해하며 “시장이 된다고 해도 절대 딴살림을 차리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후 TV 인터뷰에서 “야권 통합 경선에서 이기고 난 다음 경과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게 e메일을 보냈는데 (그 뒤) 위로하고 격려하는 e메일을 한 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의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선 “도와달라고 말할 염치가 아직은 없다. 앞으로 선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경과를 한 번 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