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못오를 정도에도 정신 또렷… 유머까지
사망 전의 잡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올보이시스(Allvoices)가 공개한 스티브 잡스의 사망 전 모습. 병색이 짙은 잡스가 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타려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올보이시스
스티브 잡스는 사망하기 몇 주 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거동조차 힘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잡스의 전기 집필을 맡은 월터 아이잭슨 전 타임 편집장은 몇 주 전 캘리포니아 주 팰러앨토에 있는 잡스의 자택을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의 일화를 17일 발간될 시사주간지 타임에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했다. 그는 “당시 잡스는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못할 정도로 허약해져 있었고 통증이 심했다”며 “잡스가 2층 침실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1층으로 침실을 옮겼다. 밀려오는 통증에 몸을 침대에 뉘워 웅크린 채였지만 여전히 그의 정신은 또렷했고 유머 감각 또한 발랄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잡스가 이미 2월부터 생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가까운 몇몇 지인에게 “병세가 악화돼 생을 곧 마감할 것”이라고 알렸다고 6일 보도했다. 또 사망 몇 주 전부터 그의 자택 앞에는 잡스와 이별의 시간을 가지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부인 로렌 파월 씨가 “남편이 작별인사를 하기엔 너무 지쳤어요”라며 정중히 돌려보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잡스는 꼭 필요한 사람들과는 개별적인 만남을 가졌다. 절친한 내과 의사인 딘 오니시와는 단골식당인 팰러앨토의 초밥집 ‘진쇼’에서 식사를 함께했고, 벤처 자본가인 존 도어, 애플 이사회 멤버인 빌 캠벨, 디즈니사의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와도 작별 자리를 가졌다.
직원들에게는 직설적이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잡스지만 자녀들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한 아빠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했던 잡스가 자신의 전기 집필을 허락한 것은 순전히 자녀들을 위해서였다. 아이잭슨 씨는 “잡스는 ‘늘 아이들 곁에 함께하지 못했다. 전기를 읽고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아이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잡스의 여동생인 모나 심슨 씨는 “동생은 생의 마지막을 대부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며 “가족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힘겨워했으며 때로는 상냥한 어투로 사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