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 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한 데에는 미군이 범죄 전과나 정신장애가 있는 문제 신병들을 무분별하게 뽑은 것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미국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의장 헨리 왁스먼이 공개한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강도나 폭행 등 중범죄 전과가 있는 미군 신병이 2006년 249명(미 육군 기준)에서 2007년 511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왁스먼 의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 병력이 부족하자 무분별하게 신병을 모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참전 후 돌아온 미군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다 범죄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안보 분야 연구기관 랜드(RAND) 연구소의 조사 결과 이라크와 아프간전쟁에 참전한 군인 중 20%가량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었다. 그 때문인지 2003년 이라크전이 발발한 후 5년간 전쟁에서 복귀한 미군의 알코올 남용 건수는 2배, 가정폭력은 3배로 늘었고 강간 사건은 3.8배 증가했다.
문제는 미군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가운데 형사재판권을 규정한 22조 5항을 보면 주한미군이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 또는 죄질이 나쁜 강간죄’를 범한 경우에도 우리 경찰이 가해 미군을 범행 현장에서 직접 붙잡았을 때만 유치장에 가둘 수 있다.
게다가 미군은 우리 수사당국의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가해 미군의 권리가 조금이라도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 측 구금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또 미국이 우리 쪽에 재판권을 넘기라고 요구하면 ‘(범죄 사안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군 범죄자에 대한 재판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군 범죄자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한 경우는 전체 주한미군 범죄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