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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의 가을이야기] 불혹 최동수의 ‘화려한 가을’

입력 | 2011-10-10 07:00:00

9일 오후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1프로야구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SK 타자 최동수가 1회말 타석에서 홈을 고르고 있다. 문학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야구장 오는 길에 가슴이 설렜다”고, 불혹의 베테랑이 말합니다. 애틋하게 헤어졌던 옛 연인과 9년 만의 재회를 앞둔 것처럼, 늘 오가던 길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던 순간. SK 최동수(40·사진)의 가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최동수가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건 LG 소속이었던 2002년 한국시리즈가 마지막입니다. 딱 9년 만에 돌아오게 된, “정말로 꼭 한 번은 다시 밟아 보고 싶었던 무대”입니다. LG를 떠나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지난해 그 기회를 잡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팀이 우승하던 순간을 함께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성적이 워낙 안 좋았으니까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을 기대했다면 도둑놈 심보죠.” 하지만 그는 오뚝이 같은 야구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에는 꼭 내 능력으로 엔트리에 들고 말겠다고 결심하는 원동력이 됐으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굳은 결심도 약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최동수도 그랬습니다. “시즌 중반 2군에서 한 달 넘게 머물면서 ‘이제 한계가 왔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자연스럽게 은퇴를 생각했죠. 그런데 타격폼을 조금씩 수정하다 보니 ‘1군에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답게, 끝까지 해보자는 쪽으로요.” 다행히 그는 한학자인 아버지 최성기(69) 씨로부터 굳은 신념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의 반대를 극복하고 야구 선수가 됐고, 아버지를 닮아 야구밖에 모르는 ‘외골수’로 자라났습니다.

얘기를 마친 불혹의 베테랑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웃습니다. “인터뷰 정말 오랜 만에 하네. 기분 좋다!” 그리고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프로 18년차 선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포스트시즌. 승자에게든 패자에게든 기분 좋은 설렘을 안기는 무대. 그래서 가을 ‘잔치’라 부르나 봅니다.

배영은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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