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개국 직원 10명 ‘텔레자토’
아빠는 앵커… 딸은 카메라맨 시칠리아 섬에서 텔레자토 방송을 설립한 피노 마니아치 씨(오른쪽)가 직접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카메라를 맡고 있는 직원은 그의 딸인 레티치아 씨이다. BBC 제공
‘마피아의 본산지’인 이탈리아 남서쪽의 시칠리아 섬에 있는 파르티니코시의 한 방송사 벽에 걸려 있는 문구다. ‘텔레자토’란 이 방송사는 자그마한 ‘동네 방송국’이지만 마피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지역에서 당당히 마피아의 범죄와 맞서는 용기로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BBC방송이 8일 소개한 텔레자토는 변변한 간판도 없고 스튜디오에는 카메라 한 대만 달랑 있다. 설립자인 피노 마니아치 씨와 가족, 자원봉사자를 합쳐 전체 직원은 10명이 채 안 된다.
평범한 동네주민이던 마니아치 씨가 목숨을 건 진실 알리기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칠리아 섬에서 마피아는 수십 년째 신처럼 군림해 왔다”며 “어린아이마저 그들을 의적처럼 받드는 현실이 안타까워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국 초기만 해도 방송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취재를 요청해도 경찰이 콧방귀도 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레자토는 조그만 사건 현장도 직접 찾아다니며 마피아의 실상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래 봤자”라며 등 돌리던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다. 이젠 경찰보다 먼저 정보를 얻을 때도 있다. 리포터로 일하는 마니아치 씨의 딸 레티치아 씨는 “CNN방송도 마피아 관련 화면이나 소식은 우리에게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크다. 처음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마피아도 점차 보복 위협의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방송차량 타이어가 찢기거나 협박편지가 날아드는 일이 잦아지더니 최근엔 마니아치 씨의 승용차가 폭발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마니아치 씨는 “스태프 전원이 가족들에 대한 마피아의 공격을 걱정하고 있지만, 모두가 여기서 멈출 순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작고 영세한 방송이지만 시칠리아는 마피아의 땅일 뿐이란 세상의 선입견을 없애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