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성형 분야에서 경계가 애매해지고 있다. 특히 손상된 부위를 복원하는 재건성형과 예뻐지기 위한 미용성형 수술은 그 경계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친 뒤 1980년대까지는 손상된 얼굴뼈 재건 수술이 유행했다. 그런데 요즘은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비정상적 얼굴을 정상 얼굴로 바꾸는 수술을 뛰어넘어 정상인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미용성형수술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요즘 양악수술은 연예인 일반인 누구에게나 화제로 떠올랐다.
양악수술도 재건성형에서 출발했다. 예전에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10mm 이상 심하게 튀어나온 주걱턱 때문에 음식을 씹거나 물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 턱관절 부정교합으로 통증과 두통이 있는 사람, 안면 비대칭이 과도한 사람들이 주로 이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양악수술이 미용성형 수술로 각광을 받는 것을 보면 성형외과 의사로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애매해진다. 이럴 때 “이 경우엔 수술하고, 저 경우엔 수술하지 말라”고 말하는 애정남이 되고 싶지만 수술 준칙을 칼로 자른 듯 제시하기는 어렵다.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양악 수술은 비정상적 얼굴을 가진 환자에게는 간이식 수술과 같은 중대한 수술이니 그 같은 각오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그렇지만 의사의 주의 사항이 양악 성형 열풍에 묻혀버릴 때가 많다.
양악수술에선 위턱인 상악과 아래턱인 하악을 함께 건드리게 된다. 또 치아 교정 치료를 병행해야 하고 얼굴 주변에 있는 신경을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난도의 의료 기술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분야다.
얼마 전 진료실에 들른 24세 여성 A 씨도 수술 부작용을 겪고 있다. 그녀는 양악 수술 후 예뻐진 외모에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식당에서 식사할 때마다 턱에 무엇이 묻었을까 노심초사하며 자주 턱을 닦는 습관이 생겼다. 이 환자는 “수술 후 아래턱에 감각이 없어져 무엇이 묻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러 병원을 다녀 보았지만 “지금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으니 기다려라”라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얼굴뼈를 자르면 혈관을 다치거나 출혈과 혈종이 발생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 전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수술 필요성을 면밀하게 따져본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오갑성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