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날 택시운전사 이모 씨(63)는 잔뜩 짜증이 나 있었다. 진행되고 있던 이혼 소송 때문이었다. 재산분할 절차가 시작되면서 매일 가압류 서류가 날아들었다. 머리가 복잡해진 이 씨는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로 가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신의 집 근처 골목길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길에는 또 다른 택시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좁아진 골목을 지나던 이 씨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데 이런 것까지 신경 쓰게 만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 씨는 며칠 전 손님의 짐에서 떨어진 못을 떠올렸다.
이 씨는 창밖으로 못을 쥔 손을 쭉 내민 채 운전해 지나갔다. 주차된 택시에는 “찌익” 소리와 함께 흉하게 흰 줄이 그어졌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