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참석차 방한
한국을 자주 찾는 탕웨이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그 나라 언어를 배우면 그 문화가 핏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엔드크레딧 제공
‘무협’은 ‘첨밀밀’(1996년)로 한국 관객의 마음을 녹였던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신작. 시골로 숨어든 무림의 고수 전쯔단(甄子丹)과 그를 의심하는 수사관 진청우(金城武)의 대결을 그렸다. 탕웨이는 전쯔단의 아내 역이다.
10일 오후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전작들에 비해 배역의 비중이 작다고 말을 건넸다. “관객은 주인공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배우에게 중요한 점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거예요. 데뷔 때부터 주연을 많이 했는데 양조위, 장만위 선배처럼 조역부터 차근차근 올라서 연기가 꽉 차오른 배우들이 부러웠어요.”
탕웨이는 리안(李安) 감독의 ‘색,계’(2007년)로 데뷔했다. 시작부터 주연급이었다. 비결이 뭘까. “아이처럼 순진한 모습, 바보 같아서 좋아하신 것 같아요.(웃음) 내 영혼을 털어내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점을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아직 연기 기교가 부족해요.”
현빈과 함께 했던 ‘만추’에서 그랬듯 그는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능한 배우다. “기교가 부족한 저는 가슴 깊은 곳에서 감정을 끌어내 터뜨리는 스타일이에요. 사실은 눈빛 연기가 약점일 수도 있다고 봐요. 좋은 감독으로부터 (연기를) 많이 배우고 싶어요.”
이번 영화로 누군가의 아내, 엄마 역을 처음 맡았다. “함께 출연한 다섯 살짜리 아역배우가 촬영 도중 다쳐서 저도 많이 울었어요. 촬영이 끝나 이 친구랑 헤어지는데 또 눈물이 나더군요. 엄마가 뭔지 배웠어요.” 그는 좋은 엄마가 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무서운 엄마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섬세하기로 소문난 천커신 감독과 ‘만추’의 김태용 감독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천 감독님은 연출 경험이 풍부하고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대중적인 스타일이에요. 반면 ‘만추’가 두 번째 작품인 젊은 김태용 감독님은 주관이 확실한 분이죠. 두 분 모두 4차원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해요.”
부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