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강도 수사에도 연일 폭로수위 높여 “수사방향 불만… 윗선에 도움 구하려는 것”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날 이 회장을 불러 전날 조사한 신 전 차관의 진술 내용 등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10분경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신 전 차관 조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SLS그룹 관련 조사에 대해서는 “불법사찰과 기획수사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답해 여전히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전날 처음 주장한 ‘검찰 고위 간부와 정관계 인사 100여 명에 대한 비리 비망록’에 대해서는 “어제 말한 대로 (공개할 계획)”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전날 “검찰이 나를 구속하거나 수사를 축소, 은폐할 조짐이 보이면 비망록을 공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비망록에 대해 사안이 있을 때마다 기록해 둔 것이 아니라 최근 이 회장이 따로 정리해 둔 것이라면 증거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를 벌이는데도 이 회장이 점점 폭로 수위를 높이는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누군가에게 애타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전 차관 등 영향력이 막강했던 현 정부 최측근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은 “내 회사를 살리지 못하면 더 극단적인 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9일 처음으로 거론된 비망록 등 이 회장이 실제 폭로하는 내용보다 그가 아직까지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새로운 금전거래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전날 신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명절 때 상품권을 주고받았다”는 이 회장의 폭로 내용 일부는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오랜 기간 동안 거액을 주고받았다”는 폭로 내용에 대해선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 모두 주고받은 금품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주고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차관은 17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10일 오전 2시 40분경 귀가하면서 “조사량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많이 피곤하니 나중에 합시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 대한 재소환 및 이 회장과의 대질신문 등을 검토 중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