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처음 월가시위는 농담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3주째 접어들며 시위는 영향력을 얻고 있다. 수백 명이었던 시위대의 규모는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워싱턴으로 번지며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주지사에 이어 노동조합원들도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나는 트위터에 ‘월가시위를 보면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이 떠올라 놀라게 된다’고 썼다. 월가시위는 총알이 날아다니지도 않고, 시위대들이 끌어내리려는 독재자도 없다. 그러나 이집트 시위처럼 젊은이들이 있고,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장 나고 부패하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청년들의 실망이 이집트 시위와 닮았다. 이번 시위의 대변인인 브루클린에 사는 웹디자이너 타일러 콤벨릭 씨(27)는 “이번 시위는 타흐리르광장과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시위자들의 반(反)시장 분노에 공감하지 않는다. 잘 작동되고 자본도 잘 쓰인다면 은행은 없어서는 안 될 기관이다. 그러나 불어난 차입금은 호황일 때는 은행에 이득을 주지만 불황일 때는 큰 위험이 된다. 그런데 은행들은 위험은 공유하고 이익은 사유화했다. 모기지로 자금을 조달한 많은 은행은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채무지급 불능 상태가 됐고 시민들은 집을 잃었다.
우리는 대마불사 은행들이 공중(公衆)을 위해 일하기보다 공중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봐왔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은행원들이 이제는 긴급구제를 막으려는 규제에 분노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가 점점 심각해지는 불평등을 주목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미국인의 최상위 1%가 하위 90%보다 훨씬 많은 순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다만, 실체 없는 좌절감을 실질적인 요구로 표출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하겠다.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라.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제안처럼 이것은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상품 거래에 부과하는 적절한 세금이 될 것이다. 위험한 변동성을 만들어내는 투기거래를 부분적으로 막을 수 있다. 현재 유럽은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는 월스트리트의 눈치만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국제 전문가들이 제안한 은행세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