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면 2014년까지 서울시 및 시 투자기관의 부채를 4조 원 이상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시장 임기 중 부채 7조 원 감축’을 약속했다. 두 후보가 빚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지만 얼마나 현실성 있는 공약인지, 다른 공약과의 정합성(整合性)을 갖췄는지 따져봐야 한다.
동아일보가 어제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서울시 및 투자기관의 ‘순수 채무’는 서울시 3조8177억 원, 투자기관 15조7928억 원 등 모두 19조6105억 원이었다. 여기에 통상적 의미의 빚과는 성격이 다른 SH공사의 임대보증금이나 분양계약금 등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부채’는 25조5364억 원(서울시 4조9795억 원, 투자기관 20조5569억 원)에 이른다.
이번 보선에서 당선되는 새 서울시장 임기는 2014년 6월 말까지 2년 8개월 정도다. 두 후보가 적자 감축 공약을 지키려면 최소한 연간 1조∼2조5000억 원 이상의 서울시(투자기관 포함) 부채를 줄여야 한다. 빚을 줄이려면 세수(稅收) 등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부채 감축 방안에 대해 나 후보는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행사성 사업 축소 등을, 박 후보는 전시성 토건사업 축소 및 서울시 재산임대 수입 확대 등을 제시했다. 어느 정도 빚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두 후보가 주장하는 만큼 부채 감축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 및 신규 사업의 폐지나 축소가 서울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재정적자 감축’과 ‘복지지출 확대’의 병행이 수사(修辭)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시장 보선을 둘러싼 공약경쟁의 후유증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