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손에 이끌려 11세 때 처음 카트를 탄 그는 2003년 중학생 신분으로 성인 카트 무대를 평정했다. 문성학의 등장으로 초등생들의 조기 성인 무대 진출 시대가 열렸다. 그는 “미하엘 슈마허는 6세 때 처음 카트를 탔다. 나는 한국에선 최초였지만 오히려 늦은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신사중 2학년 때 모터스포츠의 메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주중엔 영국 학교에서 공부했고 주말엔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가 카트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소속팀인 CRG는 현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26·영국·맥라렌)을 배출한 이탈리아 카트 명문이다. 문성학은 “나름 한국 최고였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홀로 유럽 생활을 하며 상상할 수도 없었던 F1 드라이버의 목표를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F1 드라이버 바로 전 단계까지 도착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포뮬러 르노시리즈를 한 시즌 뛰는 데는 차량 운영 및 관리, 연습장 대여, 타이어 교체 등 약 1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F2는 약 15억 원 이상 든다. 그것도 레이스 도중 사고가 안 난다는 전제하에서 산출한 비용이다.
유럽 정상급 드라이버들은 카트 시절부터 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한다. 반면에 문성학은 지금까지는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가 전액 비용을 대왔다. F1 드라이버가 되는 그날까지 엄청난 비용을 자비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레이싱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기업 후원 없이 F1 진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성학은 “F1까지 87% 정도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최초라는 동기가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반드시 이겨내 2년 안에 F1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파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