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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가을신부, 여왕이 되다

입력 | 2011-10-12 03:00:00

우아한 V넥에 플라워 모티브 장식
유럽의 로열 웨딩드레스 입고 웨딩마치




‘V네크라인’에 플라워 패턴으로 올 가을·겨울 웨딩드레스 트렌드가 물씬 묻어난 ‘라스포사’의 웨딩드레스.

《웨딩드레스 트렌드는 유럽 왕가의 결혼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역사적으로 왕족의 패션은 그 친인척과 귀족들의 본보기 역할을 했고, 현대사회의 연예인처럼 왕족은 자연스레 ‘트렌드 세터’로 꼽혔다. 게다가 현재까지 신부들이 입는 흰색 웨딩드레스의 전통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1840년에 열린 결혼식 날 순백의 드레스를 입으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같은 패션사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신부가 왕가의 결혼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인생 최고의 순간, 잠시만이라도 ‘최고의 여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시계 바퀴가 돌고 돌아 만인이 평등한 사회에 살게 된 2011년에도, 왕가 여인들의 ‘로열 웨딩드레스’가 한국 신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레이스로 장식한 우아한 상체 디자인

케이트 미들턴의 ‘알렉산더 매퀸’드레스(왼쪽)와 ‘브라이덜 공’의 우아한 드레스.


올해는 윌리엄 왕세손과의 결혼으로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이 된 케이트 미들턴(29)이 신부들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했다.

올 4월 29일,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까지 비밀리에 부쳐졌던 그의 웨딩드레스는 당연히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작품이어야만 했다. 스스로도 패션 감각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미들턴의 눈에 띄어 ‘간택된’ 드레스는 알렉산더 매퀸의 수석디자이너 세라 버턴이 제작한 25만 파운드(약 4억5700만 원) 상당의 드레스. 알렉산더 매퀸은 지난해 요절해 전 세계 패션계에 충격을 안겨준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로 버턴은 그의 후계자다. 미들턴의 드레스는 신부들의 단골 아이템인 오프숄더(끈 없이 어깨를 모두 드러내는 디자인)도, 왕실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풍성한 ‘공주치마’도 아니었다. 목 부위를 ‘V라인’으로 디자인해 노출을 최소화하고 어깨와 팔 부분 전체를 촘촘한 레이스 장식으로 뒤덮은 우아한 스타일. 섬세한 레이스는 영국을 상징하는 네 가지 꽃(엉겅퀴, 수선화, 토끼풀, 장미) 모양으로 직조됐다.

패션계에서는 그의 드레스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들턴 드레스’는 신부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수입드레스 전문업체 ‘루나디미엘레’의 임은숙 이사는 “미들턴의 웨딩드레스가 공개된 이후 신부 드레스로는 많이 찾지 않았던 ‘V 네크라인형’ 드레스를 찾는 사례가 국내외 할 것 없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왕실의 힘은 강력했다. 드레스 전반의 실루엣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 듀오웨드가 조사한 올해 웨딩드레스 트렌드에 따르면 속이 은근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소재와 우아한 자수를 적극 활용한 전통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이 인기를 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레스업체 ‘드레스블랑’의 김장미 원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올가을 웨딩드레스 트렌드도 패션 흐름에 맞춰 몸을 따라 흐르는 듯 슬림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으나 ‘미들턴 효과’로 중세 공주의 이미지를 살린 품위 있는 스타일로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디테일은 주로 드레스 상체를 통해 다양하게 구현되면서 내년 봄까지 트렌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유명 웨딩전문 패션그룹 ‘프로노비아스’는 올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표한 2012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홀터넥, 보트넥, 비대칭 네크라인 등 목부분을 다양하게 변주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대거 선보였다. 프로노비아스패션그룹의 마뉴엘 모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 어떤 해보다 네크라인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데 신경을 썼다”며 “우아하고 여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물론 도시적인 감성으로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각광받는 디자인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세 이룬 플라워 모티프

‘산 파트릭’의 머메이드형 드레스.

작년부터 슬슬 불기 시작한 플라워 모티프의 유행은 올가을에 이어, 내년 봄까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의 웨딩잡지들 역시 꽃잎의 이미지를 응용한 디자인들이 웨딩드레스에 대거 접목되고 있다고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오스카드라렌타’ ‘베라왕’ ‘림아크라’ 등 최근 국내 연예인들의 결혼식 드레스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본격적으로 꽃잎을 드레스 디자인에 응용한 로맨틱한 드레스들로 올가을 신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페인의 고급 웨딩드레스 브랜드 ‘라스포사’와 ‘산 파트릭’은 “신부의 순수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꽃처럼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은 청순한 디자인을 대거 반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웨딩드레스업체 ‘브라이덜 공’ 역시 플라워 모티프와 레이스가 화려하게 접목된 웨딩드레스를 제안하면서 “마치 파티를 연상케하는 축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화려한 디자인과 색상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브닝드레스로는 누드톤 또는 옅은 핑크, 피치, 그레이, 민트색 등 화사한 색상이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열 브라이덜공 원장은 “올 봄, 여름에는 심플한 ‘모던 클래식’이 인기였다면 올 가을, 겨울에는 오간자를 비롯해 실크와 레이스, 타프타 소재를 사용해 은은하게 구슬을 새겨 넣은 디자인과 신부의 보디라인을 아름답게 강조한 머메이드라인, A라인, H라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트렌드의 영향으로 모던한 드레스에도 클래식한 우아함이 더해졌다. ‘산 파트릭’은 소재의 특성을 살려 주름을 구조적으로 디자인한 심플한 라인의 드레스와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듯 허리와 엉덩이 부위는 밀착되고 허벅지 아래부터는 넓게 펴지는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보였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