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V넥에 플라워 모티브 장식 유럽의 로열 웨딩드레스 입고 웨딩마치
‘V네크라인’에 플라워 패턴으로 올 가을·겨울 웨딩드레스 트렌드가 물씬 묻어난 ‘라스포사’의 웨딩드레스.
인생 최고의 순간, 잠시만이라도 ‘최고의 여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시계 바퀴가 돌고 돌아 만인이 평등한 사회에 살게 된 2011년에도, 왕가 여인들의 ‘로열 웨딩드레스’가 한국 신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레이스로 장식한 우아한 상체 디자인
케이트 미들턴의 ‘알렉산더 매퀸’드레스(왼쪽)와 ‘브라이덜 공’의 우아한 드레스.
올해는 윌리엄 왕세손과의 결혼으로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이 된 케이트 미들턴(29)이 신부들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했다.
올 4월 29일,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까지 비밀리에 부쳐졌던 그의 웨딩드레스는 당연히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작품이어야만 했다. 스스로도 패션 감각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미들턴의 눈에 띄어 ‘간택된’ 드레스는 알렉산더 매퀸의 수석디자이너 세라 버턴이 제작한 25만 파운드(약 4억5700만 원) 상당의 드레스. 알렉산더 매퀸은 지난해 요절해 전 세계 패션계에 충격을 안겨준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로 버턴은 그의 후계자다. 미들턴의 드레스는 신부들의 단골 아이템인 오프숄더(끈 없이 어깨를 모두 드러내는 디자인)도, 왕실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풍성한 ‘공주치마’도 아니었다. 목 부위를 ‘V라인’으로 디자인해 노출을 최소화하고 어깨와 팔 부분 전체를 촘촘한 레이스 장식으로 뒤덮은 우아한 스타일. 섬세한 레이스는 영국을 상징하는 네 가지 꽃(엉겅퀴, 수선화, 토끼풀, 장미) 모양으로 직조됐다.
왕실의 힘은 강력했다. 드레스 전반의 실루엣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 듀오웨드가 조사한 올해 웨딩드레스 트렌드에 따르면 속이 은근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소재와 우아한 자수를 적극 활용한 전통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이 인기를 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레스업체 ‘드레스블랑’의 김장미 원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올가을 웨딩드레스 트렌드도 패션 흐름에 맞춰 몸을 따라 흐르는 듯 슬림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으나 ‘미들턴 효과’로 중세 공주의 이미지를 살린 품위 있는 스타일로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디테일은 주로 드레스 상체를 통해 다양하게 구현되면서 내년 봄까지 트렌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유명 웨딩전문 패션그룹 ‘프로노비아스’는 올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표한 2012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홀터넥, 보트넥, 비대칭 네크라인 등 목부분을 다양하게 변주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대거 선보였다. 프로노비아스패션그룹의 마뉴엘 모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 어떤 해보다 네크라인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데 신경을 썼다”며 “우아하고 여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물론 도시적인 감성으로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각광받는 디자인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세 이룬 플라워 모티프
‘산 파트릭’의 머메이드형 드레스.
스페인의 고급 웨딩드레스 브랜드 ‘라스포사’와 ‘산 파트릭’은 “신부의 순수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꽃처럼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은 청순한 디자인을 대거 반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트렌드의 영향으로 모던한 드레스에도 클래식한 우아함이 더해졌다. ‘산 파트릭’은 소재의 특성을 살려 주름을 구조적으로 디자인한 심플한 라인의 드레스와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듯 허리와 엉덩이 부위는 밀착되고 허벅지 아래부터는 넓게 펴지는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드레스를 선보였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