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노래가 지닌 진짜 힘은 ‘읊조림’에서 나온다.
온 몸의 에너지를 쥐어짜 뿜어내는 샤우팅보다 오히려 혼잣말을 하듯 나긋나긋 읊조릴 때 훨씬 더 깊게 마음에 손톱자국을 남긴다.
웅산은 최근 새로운 앨범을 내놨다. 그것도 동시에 두 장의 각기 다른 음반을 발표했다.
정규6집 ‘투모로우(Tomorrow)’의 첫 곡 ‘투모로우’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은 ‘이건 뭐지? 블루스잖아’였다. 이어 ‘이건 재즈’, ‘이건 팝이네’하다가 결국 도달한 지점은 “참으로 쿨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니 웅산이 “우하하” 웃었다.
“놀라운데요. 이번 앨범 콘셉트가 ‘쿨재즈블루스’거든요. 2집 앨범이 ‘더 블루스’였죠. 그땐 재니스 조플린처럼 절규하는 블루스였는데, 6년이 지나 2011년 블루스 콘셉트는 재즈가 녹아들어간, 절제되고 정제된 블루스예요. 흑인 블루스와 백인 블루스의 중간 정도랄까요.”
이번 앨범이 더욱 쿨하게 들리는 것은 그녀가 지닌 ‘읊조림의 마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담백’을 넘어 ‘창백’하게 들릴 정도다.
“멜로디가 있는 듯 없는 듯 이야기처럼 노래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죠. 뭐 이러다 언젠가 다시 샤우팅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요. 라이브에서는 (샤우팅을)하겠지만 앨범은 언제든지 편히 들으실 수 있도록 나지막하게 노래할 생각입니다. 강한 건 한 방은 있지만 잔잔하게 스며들지는 못하죠.”
일본은 세계적인 재즈강국이다. 재즈를 변방의 음악 정도로 생각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그런 일본 재즈 팬들에게 웅산은 “앨범 만들어오겠다” 큰소리를 치고 돌아왔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을 프로듀서로 삼고, 기타리스트 찰리정의 음색을 끌어들였다. 웅산은 “일본팬들에게 ‘한국의 재즈가 여기까지 와 있다’라는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을 만한 앨범”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17세에 출가해 비구니로 살았던 독특한 이력 때문일까. 웅산의 음악에는 재즈와 블루스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묻어있다. 웅산은 이를 “산사생활을 통해 얻은 사랑보다 큰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쓴 곡이 ‘투모로우’입니다. 세상을 향한 마음(웅산은 ‘자비’라고 했다)을 표현한 것이죠. 도화지에 물감이 ¤ 뿌려져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듯한 이미지를 갖고 만든 곡이에요. 비록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큰 느낌의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웅산은 12월에 본격적인 공연일정을 시작한다. 내년 1월에는 일본 공연이 잡혀 있다.
“드디어 한국재즈를 일본에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이번 앨범은 자신있어요. 모두들 깜짝 놀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