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주주 견제” 반색… “관치금융” 우려도
《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의 1대 주주로 올라선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 의결권 행사 등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은행업계에서 국민연금의 지배력이 얼마나 강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 외국계 주주들의 무리한 요구를 견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겠지만 경영권에 과도하게 간섭한다면 관치금융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권리
전 이사장은 “더구나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면서 벌써부터 경영진이나 임직원들이 과도하게 성과급을 나눠 가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영진이 경영을 잘해서라기보다 현대건설 매각이나 예대마진 등으로 이익을 낸 것인데 경영진과 직원들이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평가된 주식 매입을 늘리면서 2009년 주식투자로 5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작년에도 20%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등 적잖은 이익을 거뒀다. 주주권 행사로 기업 가치를 올리면 주식투자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 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찬반 팽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많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금융주는 수익의 해외 유출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주가 금융위기 재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요즘 저평가돼 있지만 향후 상승세를 보이면 국민연금에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압력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부정적인 사례는 극히 적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내 의결권 행사 관련 조직을 독립시키는 등의 방안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며 “복지부가 국내 금융산업의 최대 의사결정권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민연금을 정부로부터 확실하게 독립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개별 회사의 경영권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기업의 미래성장동력 훼손 같은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투자기업의 경영 방향 등이 옳다고 판단될 때만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이익을 보장하고 해당 산업의 자율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