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째 맞은 월가 시위 국경넘어 조직화-장기화
이날 밝힌 시카고 시위대의 주장은 ‘탐욕과 부패를 통해 금융자본과 부유층만 살찌운 카지노식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개혁’이 핵심이다.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위대의 주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위의 밑바탕에는 투기를 통한 일확천금이 판치는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한 분노와 개혁 열망이 배어 있는 것이다. 당초 해프닝 성으로 시작했고 다종다양한 의제와 구호, 주장이 뒤섞여 있어 올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리머 보위 씨(39)로부터 “명확한 목표와 의제를 설정하라”는 충고까지 받았던 월가 시위가 4주째를 맞으면서 점차 자본주의 개혁운동으로 진용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 상대적 박탈감 갈수록 심화
월가 금융회사들은 이미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부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관련 증권을 파생상품화해 금융 전문가들조차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품을 만들어 리스크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면서 수익을 챙겨 왔다. 그러다 리먼 사태가 터진 뒤 미 정부는 7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 위기의 주범인 대형 금융회사를 구제했다. 하지만 탐욕과 부패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대형 금융회사들은 월급쟁이들의 수백 년 치 급여를 연봉으로 주는가 하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직원 1명당 각각 59만 달러와 46만 달러의 보너스를 뿌리는 ‘돈 잔치’를 벌여 왔다. 금융회사 구제에 세금을 희생한 서민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하고 거리로 나앉았다. 서민들은 집을 빼앗긴 것으로도 모자라 남은 빚을 갚으라는 소송에 시달리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개인파산에 내몰리고 있다.
○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종언?
문제는 이 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빈부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아 왔던 유럽에서조차 1980년대 중반 0.28이었던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지니계수가 2000년대 후반에는 0.31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재정지출을 통해 빈부 격차를 줄여왔던 정부의 재정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특히 유럽의 경우 재정위기로 정부의 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푼 돈이 대형 금융회사와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고용 창출이나 가계 대출로 연결되지 않고 ‘그들의 손’에 고여 있는 상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