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집요한 밀집수비 킬패스로 무너뜨려
이겼지만 답답한 경기였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 한국 축구대표팀은 박주영(아스널)의 선제골과 상대의 자책골 덕택에 2-1로 이겼지만 아랍에미리트가 구축한 밀집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졸전을 벌였다.
지동원(선덜랜드)을 원톱, 좌우 날개에 박주영과 서정진(전북)을 투입한 한국은 바시르 사에드(알와흐다) 등이 형성한 4백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미드필더들까지 거의 수비에 치중한 아랍에미리트의 수비벽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5위로 한국(29위)에 한참 뒤지는 아랍에미리트는 이스마일 마타르만 최전방에서 공격하고 대부분이 수비에 치중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상대가 수비에 치중하면 공격라인이 최전방에 올라가기보다는 2선에 내려와 수비를 유인하면서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전반에는 3명의 공격수가 모두 앞쪽에 있어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수비지향적인 약팀을 상대할 경우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의 약속된 플레이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또 선수들이 빈 공간을 빨리 찾아 들어가고 정확하고 빠른 패스로 수비라인을 흔들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후반 들어 박주영이 지동원과 자리를 자주 바꾸고 밑으로 처져 있다 올라가는 플레이를 하자 틈이 보였고 선제골도 잡아낼 수 있었다. 후반 6분 아크서클 외곽에 있던 박주영이 전방으로 파고들자 서정진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스루 패스를 했고 박주영이 상대 골키퍼와 1 대 1 상황에서 가볍게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후반 18분 기성용(셀틱)이 찬 코너킥을 아랍에미리트 함단 알카말리가 머리로 걷어낸다는 게 골문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2-0으로 앞섰다.
박주영은 지난달 2일 레바논과의 1차전(3골), 6일 쿠웨이트와의 2차전(1골)에 이어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의 첫 A매치 3경기 연속 골. 비공식 경기가 된 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2골)를 포함하면 4경기 연속 골이다. 박주영은 후반 31분 수비수 최효진(상주)과 부딪혀 왼쪽 이마가 찢어졌다. 서정진은 폴란드전에서 박주영의 2골을 도운 데 이어 이날도 박주영의 골을 어시스트해 ‘박주영 도우미’로 떠올랐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의 역습에 수비라인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이스마일 마타르에게 골을 내줬다. 조광래 감독은 “상대가 밀집수비에 치중한 뒤 역습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반에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원정 땐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와의 역대 전적에서 10승 5무 2패로 일방적인 우세를 지켰다. 한국은 내달 11일 아랍에미리트, 15일 레바논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