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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운명, 슬로바키아에?… 유로존 17국 중 16국 찬성

입력 | 2011-10-12 03:00:00

유럽 재정안정기금 확대안… 연정 내부 반대로 부결 위기




‘유럽의 작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인 슬로바키아가 세계 경제의 생살여탈권을 쥐었다(?).’

유로존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고 유럽 재정적자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어렵게 합의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이 슬로바키아의 반대로 수포가 될 위기에 처했다.

7월 유로존 회원국은 기금을 2500억 유로에서 4400억 유로로 늘리고 재정위기국의 국채 매입과 부실은행 지원까지 가능하게 한 EFSF 확대안에 합의했다. 17개 회원국 전부의 의회 승인이 필요한 이 합의는 10일 밤 몰타 의회까지 통과해 16개국이 찬성해 시행을 눈앞에 뒀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11일 투표가 예정된 슬로바키아 의회는 150석 중 제1당인 민주기독연맹 등 4당이 79석으로 연정을 하고 있는데 연정에 참여한 ‘자유연대당’(22석)이 EFSF 확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베타 라디초바 총리는 10일 4당 대표 회담을 마친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해 11일 다시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바키아는 인구가 550만 명으로 유로존에서 가장 작고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EFSF를 확대할 경우 슬로바키아가 추가로 부담할 분담금은 43억7100만 유로에서 77억2700만 유로로 증가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그리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7200달러, 슬로바키아는 1만5900달러이다.

자유연대당의 리하르트 술리크 당수는 “EFSF 확대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며 “슬로바키아보다 잘사는 그리스를 돕기 위해 국민 세금이 추가되는 일은 절대 안 된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에 따라 라디초바 총리는 야당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데 제1야당인 스메르사회민주당은 “조기 총선을 약속하면 EFSF 확대안을 지지해 주겠다”며 조건부 지지를 제안했다.

경제전문가들은 “EFSF 확대안이 슬로바키아에서 부결될 경우 이미 유럽 재정위기로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는 금융시장에 매우 나쁜 신호가 될 것”이라며 표결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1차 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정치적 합의를 통해 EFSF 확대안이 결국 재투표로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은행의 자본 확충과 그리스 디폴트를 막기 위한 총체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17, 18일 열 예정이던 EU 정상회담을 23일로 미루기로 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11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은행의 자본 확충과 EFSF 강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더 노력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