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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제주 영어교육도시

입력 | 2011-10-12 03:00:00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지만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사람은 이제 제주도로 가야 할 판이다.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9월 2개의 국제학교가 개교했다. 인천 송도와 대구 등의 국제학교는 내국인 입학비율이 30%로 제한됐지만 제주 학교는 내국인 입학비율에 제한이 없다. 학교선택권을 넓히고 조기유학 수요를 흡수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비싼 수업료로 계층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노스 런던 칼리지에이트 스쿨(NCLS) 제주’와 시사영어사가 운영하는 ‘한국국제학교(KIS) 제주’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NCLS 제주의 본교인 NCLS는 영국 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인증학교 가운데 졸업생 성적이 6년 연속 1위를 한 명문학교다.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명문대학 진학과정을 운영하지만 국어 국사 일반사회 과목에 대해 국내 학력인증도 해준다. 기러기 가족의 아픔이나 유학 청소년의 귀국 후 부적응을 고려해 보면 제주 영어학교는 해볼 만한 선택이다.

▷당초 ‘값싸고 질 높은 영어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수업료가 비싼 것이 문제이긴 하다. NCLS 제주의 연평균 등록금은 고등학교의 경우 2767만 원, 기숙사비를 합치면 4200만 원이나 된다. 입학생 436명 중 외국인 학생은 19명뿐이고 그나마 내국인의 37%가 서울 강남 3구 출신이어서 ‘귀족학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도 해외 유학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앞으로 개설될 12개 국제학교의 정원 9000명이 유학 수요를 대체할 경우 연간 3억2400만∼5억4000만 달러의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국제학교가 가난한 계층에게 문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있다고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CLS는 지원자 1229명 가운데 572명만 합격시켰고 그중 436명이 등록했다. 학교 측은 출발부터 등록금 수입보다는 학생들의 질(質)을 택했다. 엄격한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탈락자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어교육도시로서 제주도의 성공 여부는 국제학교 재학생들의 대학 진학 성적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