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생산 중소기업들 가장 먼저 혜택관세철폐 효과 나타나려면 시간 필요해
○자동차 부품주 씽씽 달린다
가장 관심을 끄는 업종은 단연 자동차산업이다. 한미 FTA로 자동차 분야에서만 대미(對美) 수출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7억2200만 달러, 수입은 9700만 달러 늘어나 6억2500만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초기에는 완성차보다 자동차 부품의 문이 먼저 열리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는 관세가 5년 뒤에 철폐되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자동차부품은 관세(2.5%)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곧바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로 상대적으로 관세가 높은 타이어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지게 돼 수혜가 예상된다”며 S&T대우, 만도, 넥센타이어 등을 꼽았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OTRA가 최근 GM 등 미국 자동차 ‘빅3’ 업체와 부품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FTA 발효 뒤 한국산 부품 구매를 크게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식 B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조지아공장 가동에 들어간 한일이화와 대미 반조립제품(CKD) 수출 비중이 높은 세종공업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성차 업체도 시장 확대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 및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를 감안하면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혜택이 미국 업계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의류, 철강 등도 수혜…큰 기대는 금물
대미 흑자규모가 각각 97억 달러와 24억 달러에 이르는 정보기술(IT)기기와 가전제품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컬러TV,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캠코더 등 주요 전자제품 관세가 발효 즉시 사라져 전기전자 분야에서 연평균 16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이득이 예상된다.
하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관세는 이미 철폐됐다. 관세 적용을 받고 있는 TV 등도 미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멕시코 생산법인을 통해 무관세로 수출을 하고 있다. 다만 FTA로 미국과 교역 규모가 늘어나면 한국산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하는 등 간접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섬유산업도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시장은 우리나라 섬유 수출의 17%를 차지하고 2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두는 곳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최대 시장이다. 현재 8.9% 수준으로 높은 섬유, 의류부문의 관세가 인하되면 수출 비중이 17%에서 20%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 등 비과세 장벽까지 완화되면 연간 최대 4억 달러까지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제품은 2004년부터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관세 철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요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수출이 증가하면 간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동량이 늘어나고 여객 수요가 증가하면 항공, 해운 업체도 이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반면 미국 측의 공세가 강했던 음식료, 농업, 쇠고기 등은 비교열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부문의 경쟁력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병연 연구원은 “음식료 및 제약 업종의 코스피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3.6%, 1.2%로 크지 않다”며 “대미 흑자 규모가 크고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IT 하드웨어, 자동차, 철강의 수혜가 기대돼 시장 전체적으로 한미 FTA 효과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FTA 수혜주의 시각에서만 접근한다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세 철폐 등으로 인한 이익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수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시장의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