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도 ‘죽을 맛’이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최선의 선택을 해보려 분투 중이나 좋은 결과를 얻는 매니저는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암흑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은 있는 법. 많은 펀드들이 죽을 쑤고 있는 와중에도 CTA(Commodity Trading Advisory·주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전략은 눈에 띄는 수익률로 발 빠른 투자자들과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방향성’ 쫓는 CTA전략 폭락장서 주목
CTA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는 일반적인 경제학 전공자 대신 수학 통계학 물리학 전자공학 전공자가 우대를 받는다. 시스템 매매 모델을 만들고 이를 개선해나가기 위해선 이들 전공자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세를 따라가는 CTA 전략으로 어떻게 높은 수익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상품의 ‘가격’이 아닌 ‘가격의 방향성’에 투자를 하다보니 자산 가격이 내리더라도 추세만 잘 파악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꼽는다.
이강일 동양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CTA 전략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일정한 추세만 있으면 추세에 베팅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폭락장에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CTA 전략을 구사한 펀드들이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있는 모든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최근처럼 증시가 방향성 없이 움직여도 통화나 채권에서 형성되는 추세를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미리 짜인 프로그램의 명령에 따라 매매가 결정되는 것도 급락장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 일반 펀드보다 견조한 성적
실제로 CTA 전략을 사용하는 해외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의 국내 CTA 펀드들도 다른 일반 펀드들에 비해 무난한 성적도 거두고 있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멀티마켓CTA증권투자신탁1호(주식혼합-재간접형),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글로벌오퍼튜니티증권펀드(재간접형)’,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대안투자형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혼합-재간접형)’ 등이 현재 CTA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국내 주요 펀드들이다.
이 펀드들은 10월 7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각각 ―1.46%, ―1.05%, ―0.14%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달 평균 수익률이 ―7.46%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동양자산운용 동양멀티마켓CTA증권1호 펀드를 운용 중인 조성만 펀드매니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도 CTA 펀드는 하락 추세에 제대로 올라타서 30% 이상 수익을 냈는데 이는 폭락장에서 방향성이 강하다보니 수익률이 두드러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CTA 펀드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의 틈새 투자처로서 추천하는 이들도 많다. 급락장이 지속되면서 뛰어난 수익률을 계속해 내는 ‘스타 펀드’가 없어진 만큼 분산투자 차원에서 CTA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는 지적이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