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벤츠, 렉서스 등 최대 2000만원까지 할인 경쟁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들의 할인 경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해진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에 차를 파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판매량 경쟁이 격화되면서 어지간한 국산 소형차 가격을 뛰어넘는 2000만 원까지 할인해주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업계 1위인 BMW다. 단종을 앞두고 있는 ‘3시리즈’의 경우 상반기(1∼6월)에는 할인금액이 500만∼600만 원 선이었지만 최근에는 1000만 원까지 올라갔다. 한 강남지역 BMW 전시장 관계자는 “할부나 리스로 3시리즈를 구입할 경우 900만 원은 기본으로 할인된다”며 “5시리즈도 500만 원 정도 할인되는데, 여기에 영업사원 몫으로 돌아오는 일부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3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320d’의 가격이 482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차 가격의 20% 이상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2위인 벤츠도 지난달부터 주력 모델인 ‘E시리즈’를 구입할 경우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통상 차량 구입 시 이용하는 금리가 7%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6870만 원인 ‘E300’을 구입하면 500만 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토요타는 렉서스의 대표 세단 ‘LS’ 모델 구입 시 2000만 원을 할인해주는 특별 프로모션을 도입했다. 2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감안해도 유례없는 할인 금액이다.
이처럼 대대적인 할인 공세는 판매량 경쟁 때문이다. BMW 관계자는 “본사에서 ‘올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에서의 판매가 부진하니 한국에서 (판매를) 좀 더 해줬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BMW는 공격적인 할인 공세로 지난해 9월까지 18.32%였던 수입차 시장점유율을 올해는 23.50%까지 끌어올렸다. 벤츠가 할인 경쟁에 뛰어든 것도 BMW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토요타 역시 판매량 확대를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규모의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300만∼800만 원 할인, 주유권 100만 원어치 지급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파격적인 할인을 두고 수입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할인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수입차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수입차의 가격 거품이 크다’는 편견을 더 키울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수입차 업체 대표는 “한 지인이 ‘도대체 저렇게 할인을 많이 해주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겨왔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더라”며 “수입차 가격 체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